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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
선박 수주 늘었지만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체불!

4월 16일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 ⓒ김지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측의 임금 체불이 반복되자 작업 거부, 출근 집회 등을 벌이고 있다. 4월 16일에는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청 노동자 수십 명이 참가해 사측을 규탄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울산대병원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등에서 활동가들도 참가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정규직노조 활동가들이 꽤 많이 참가해 노동자들을 지원했다. 민중당, 정의당, 노동당, 노동자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혁명적 노동자의 목소리 등 정치 단체 활동가들도 여럿 참가했다.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이성호 지회장 등이 사측을 규탄하며 임금 체불 해결을 촉구했다.

한 하청 노동자는 분노를 토했다. “설날에 고향도 못 가고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2월에는 50퍼센트, 3월에는 전액을 못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노동자를 위한 정부입니까? 현대중공업을 위한 정부입니까?”

이어진 한 하청 노동자 부인의 피맺힌 발언은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소위 쎄빠지게 일한다고 합니다. 신랑은 먼지 구덩이에서 일하고 까만 몰골로 퇴근해서 집에 옵니다. 그런데 왜 임금을 안 줍니까? 작년까지는 어려웠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는 좀 나아지려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더 어렵네요.

“좋은 소식이 있을까 계속 휴대폰만 봤습니다. 결국 입금이 안 되더라고요. 카드 값도 연체되기 시작했어요. 신용 등급도 낮아졌죠. 누가 책임 질 겁니까? 현대중공업이 책임 질 겁니까?

“봉급이 안 나온다는 말을 듣고, 신랑과 둘이서 은행에 갔습니다. 대출도, 마이너스 통장 발급도, 아무것도 안 된다네요. 결국 저희 서민들은 은행 문턱도 높더라고요. 저희들 신용등급 책임져 주세요.

“해마다 물가 인상 되는 거 아시죠? 택시를 오랜만에 탔는데 택시 요금도 올랐더라고요. 그런데 왜 현대중공업 노동자 임금은 계속 역주행하는 겁니까? 돈 몇 만 원 들고 알뜰살뜰 살아 보겠다고 재래시장 아무리 찾아 봤자, 과일 한 바구니 덥석 사기가 어렵습니다.

“이걸 아세요? 사무실에 앉아서 펜대 굴리시는 머리 좋으신 양반들이 이걸 아시냐고요! 집에 가면 냉장고가 가득하니 바구니 물가 시세를 모르시겠죠.

“현대중공업에 일이 있지만, 지금 임금으로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전부 다 타지로 나가 일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그 사람들이 새벽에 일찍 나가야 하며, 집을 놔두고 타지에서 원룸을 구해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서 돈을 벌어야 되는 건가요?

“아르바이트를 하는 저희 아들에게 제가 말했어요. ‘아빠 봉급이 몇 달이나 안 나온 줄 아니? 이번 달은 차비도 줄 수 없다.’ 작은 애가 울더라고요. 아빠는 왜 그런 회사에서 일하냐고 하더군요.

“밀린 임금 빨리 해결해 주십시오. 낮게 책정돼 있는 임금, 물가 상승 폭에 맞춰서 제대로 책정해 주십시오. 사람 살리는 경영을 제발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신랑이 통장에 돈이 안 들어와서 매일 기죽어서 다닙니다. (기자회견장 어딘가에서 들을 남편에게) ‘당당하게 어깨 펴라. [승리해서] 우리 기분 좋게 봅시다.’”

사람 살리는

현대중공업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조선업 불황의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 속에서 하청 노동자 3만 명 이상이 해고됐고 임금이 대폭 삭감됐다. 이번에 투쟁에 나선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간 임금 인상은커녕 계속 삭감됐습니다. 가장 많이 받을 때보다 지금 30퍼센트 가까이 적다고 봐야 돼요.”

그러나 2017년 말부터 선박 수주가 어느 정도 회복됐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생산 현장에 일감이 늘기 시작했다. 그간 인력을 줄였으니 이제는 다시 늘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비용 절감 기조를 버리지 않았다. 수주가 늘었지만 수주 잔량이 아직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그나마 최고점을 찍었던 2013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업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철강 같은 원자재 가격의 꾸준한 상승도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하는 대우조선 인수합병은 모험이기 때문에, 사측은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려 할 수 있다.

이 속에서 죽어 나는 것은 하청 노동자들이다. 사측은 비용은 더 적게, 생산은 더 빠르게 하라며 노동자들을 채찍질하고 있다.

ⓒ김지태

그런데 이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사측은 일감이 늘었지만 돈이 없다면서 연장근무를 제한하고 평일의 근무 할당량을 늘렸다고 한다. 임금을 압박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사측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을 감축하고 안전 장비 지급을 줄였다. 노동자들은 안전도 위협 받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처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사측의 비용 절감 속에서 모두 고통 받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다르지 않다. 모두 현대중공업 사측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선 투쟁이다. 따라서 정규직 활동가들이 실질적인 연대 건설에 나서야 한다.

사측은 일부 노동자들에게는 체불 임금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고, 다른 노동자들에게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식으로 이간질하고 있는 듯하다.

사측의 고통 전가는 일시적인 게 아니다. 당장 일부 노동자들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더라도 언젠가 사측의 공격을 다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함께 싸우는 게 유리하다.

지금 일감이 늘어난 상황은 노동자들에게 이롭다. 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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