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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날 위기의 이집트 난민
강제 추방은 살인이다

이집트 군사 정권의 탄압을 피해 도망온 한 이집트 난민이 강제 추방 위기에 놓여 있다.

A씨는 4월 12일 법무부의 난민불인정결정 통보를 받았다. 사흘 뒤 그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사무소에 가 불인정 취소 소송을 위한 법정 제출용으로 자신의 난민심사기록 영상을 요구했다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고 검찰로 송치됐다. 17일 출입국 측은 A를 조사해 “강제 퇴거” 운운하며 위협했다고 한다.

26세 청년 A는 이집트의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 출신이다. A는 엘 시시 군사 독재 정부에 맞서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집트에서 세 차례 구속돼 1년 8개월 투옥됐다. 그러다 반정부 활동으로 다시금 체포돼 12년형을 선고받아 이집트에서 도망 나왔다.

현 이집트 대통령 엘 시시는 2013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했다. 집권 후 엘 시시는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잔혹하게 억누르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 독재자를 몰아낸 2011년 아랍 혁명에 기겁해 정치 활동의 숨통을 조이려 한다. 반(反)정부 활동가들에 대한 체포와 고문, 납치, 처형이 광범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는 이집트를 간신히 빠져나와 수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을 거쳐 한국에 왔다. 2017년 12월이었다.

국제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난민법을 시행 중인 한국에서 난민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법적 난민 인정은커녕 체류 연장을 받기도 어려웠다.

A는 체류 연장을 위해 3개월에 한 번씩 출입국 사무소에 방문해야 했다. 그때마다 출입국 측은 왜 한국에 왔는지, 돈은 어디에 썼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난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출입국의 인종차별적 태도는 많은 난민들의 핵심 불만 사항이다.

“인권 운동가 출신 한국 대통령 … 난민 인권 최악”

한 번은 경찰(Korean Security)이 집까지 찾아와 A의 생활을 캐묻기도 했다. 부당하다고 여긴 A는 이때 ‘나는 아랍어 사용자이므로 영어 통역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체류 연장이 거부됐다.

체류가 불안정하니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A는 한국에 온 1년 5개월 동안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은 적이 없다. 사용자들은 G-1 비자는 고용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난민 신청자에게 부여되는 G-1은 이름부터가 ‘임시 체류 비자’다. G-1 비자 소지자들은 언제 떠날지 모른다고 보고 고용을 기피하는 것이다.

A는 겨우 일자리를 하나 구했지만, 이번에는 출입국 측이 ‘G-1이 일할 수 없는 분야’라며 불허했다. G-1 비자 소지자의 취업은 이른바 ‘비전문’ 업종에 한정돼 있다. 본국에서 무슨 일을 했고 무슨 공부를 했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A는 이집트에서 가족들이 보내준 돈으로 근근이 생활해 왔고, 현재까지 난민지원단체가 운영하는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A는 난민 불인정 결정을 통보받자 분통한 마음에 서울출입국 사무소를 찾아간 것이다. 난민 불인정 결정을 두고 법정에서 다투려 하니 자신의 난민심사기록 영상을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출입국 측은 형식적 규정을 대면서 안 된다고만 했고, A가 이에 항의하자 급기야 경찰을 불러 조사실로 강제 연행해 갔다. 경찰은 A에게 수갑까지 채웠다! 대체 A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단 말인가.

A에게 수갑 채우는 경찰. 대체 A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단 말인가.

출입국 측은 A가 출입국관리법 11조를 세 번 어겨 ‘강제 퇴거 대상’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출입국관리법 11조에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3항)이나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4항)을 강제 퇴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A에 대한 강제 퇴거 위협은 출입국관리법 11조가 난민·이주민을 통제·억압하는 데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줄 뿐이다.

출입국 측은 이번 일을 포함해 세 번 모두 A가 정당한 요구를 한 일을 문제삼았다. 첫번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출입국 측이 체류 연장을 해 주지 않자 항의한 일이었고, 두번째는 ‘일하고 싶으니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A의 요청에 출입국 측이 ‘그런 곳 아니’라며 거절하자 출입국 운영 시간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던 일이었다.

이를 두고 강제 추방 위협을 하는 것은 난민은 부당한 일을 당해도 감내하며 그저 고분고분 살라는 것밖에 안 된다.

출입국 조사에 A와 동행한 한국디아코니아 홍주민 목사는 “인권·민주주의 의식이 투철한 이집트 정치 난민들이 부당함을 참지 못한 게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A는 강제 추방돼 이집트로 송환된다면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다. 강제 추방은 살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집트 엘 시시 정권과의 경제적·군사적 협력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 9월 엘 시시와의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올해 2월 국방부 장관 정경두는 이집트 방산장관과 만나 방산협력을 넓히기로 했다. 이집트와 중동의 수많은 민중을 학살하는 군사 정권과는 어깨 걸고 협력하면서, 살기 위해 도망온 난민들에게는 이토록 모질게 굴고 있는 것이다. 한 이집트 난민은 “한국 대통령이 인권 운동가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의 인권은 최악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정부는 이집트 난민에 대한 강제 추방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난민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잔혹한 이집트 정부와의 군사협력도 중단해야 한다.

이집트 난민 모하메드 씨가 한국에 체류하며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탄원에 동참해 주십시오. https://forms.gle/8y6fJUoHinc27iZ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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