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못 견뎌 떠나려는 이집트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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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메르켈의 국경 통제로 국제 미아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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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출신 난민 가족 9명이 4월 10일 현재 3일째 인천공항에서 노숙 중이다.
이들이 한국에 온 지 2~3년이 됐지만, 한국에서의 삶이 너무 팍팍해 독일로 떠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독일 국책항공사인 루프트한자가 탑승을 거부해 출국이 가로막힌 상황이다. 이 가족은 항의하면서 루프트한자 체크인 카운터 옆에서 노숙 중이다.
이 가족은 이집트 엘시시 군사 독재 정권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도망쳐 나왔다. 9명 중 5명은 미성년자다(2세, 8세, 12세, 15세, 17세). 아직 기저귀도 떼지 않은 두 살배기 아기도 있다.
루프트한자는 독일 출입국의 결정이라며 탑승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들이 난민인 것을 알고 입국을 거부한 것이다. 이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난민 신청을 할 계획이었다.
최근 유럽 정부들은 들어온 난민들을 강제 추방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아예 난민 유입을 막으려 한다. 난민을 태우고 온 항공사에 벌금을 물리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다. 항공사들이 자국행 비행기에 승객을 태울 때 알아서 난민을 거르도록 하는 것이다.
독일은 난민 100만 명을 받아들여 ‘난민의 나라’인 양 여겨진다. 그러나 독일의 경제 규모에 견주면 독일의 난민 수용은 꾀죄죄한 수준이다. 최대 무역흑자국인 독일이 우간다(경제 규모 세계 92위)보다도 난민을 적게 받아들였다.(우간다 140만 명, 독일 100만 명)
무엇보다 독일 지배자들은 ‘요새화된 유럽’을 만드는 데 선봉에 서 왔다. 가령, 난민들이 경유하는 국가인 터키와 리비아 등에게 난민 유입을 차단하라고 요구해 왔다.
독일 정부의 이집트 난민 탑승 거부는 ‘난민에 대한 국제적 책임’ 운운하는 메르켈의 위선을 보여 준다.
루프트한자는 탑승을 거부하며 독일이 아닌 두바이를 경유해 이집트로 가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이집트 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짓이다. 티나(17세)는 “두바이로 가면 이집트로 송환될 것이다. 우리는 이집트로 가면 죽을 수도 있다” 하고 말했다.
현재 이집트는 엘시시 정권의 잔혹한 통치가 계속되고 있다. 매년 수백명이 납치·실종되고, 고문이 대놓고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2017년 12월 26일부터 2018년 3월 사이에만 30명이 군사 법정을 통해 처형됐다.
티나의 삼촌 중 한 명도 이 정권 하에서 살해됐다고 한다. 공항에 앉아 있던 다른 삼촌은 경찰이 쏜 총에 입은 팔뚝의 총상을 내보였다.
그런데 한국 경찰들은 탑승 거부에 항의하는 이집트 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난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이 체크인 카운터 앞에 주저 앉아 항의하자, 경찰 10명과 공항보안요원 5명이 몰려왔다. 그리고 2~3명이 난민들을 한 명씩 붙잡아 카운터 바깥으로 끌어 냈다고 한다.
한국 경찰의 조롱·폭력
이 과정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몇몇 난민들은 상처를 입었다.
경찰과 보안요원들은 반말이 기본이었다. 난민들이 경찰들의 만행을 카메라로 찍으려 하자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해 보이며 조롱하고, “이집트에서도 이렇게 개기냐?” 하며 막말을 했다. 공포에 질려 어린아이들은 울었다.
이런 인종차별적인 행태가 바로 “평화”와 “인권”을 운운하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행태는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의 눈치를 보는 데서 비롯했을 것이다.
이집트 난민들은 왜 한국을 떠나려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살기 힘듭니다. [한국에서 사는] 3년 동안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티나의 삼촌은 울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했는데 일할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뿐이었다고 한다. 체불 임금도 400만 원이나 됐다. 그중 100만 원밖에 못 돌려받은 상태다.
이 가족의 성인 4명 중 2명은 법적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진정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 난민을 걸러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완전한 위선임을 보여 준다.
오죽하면 난민들이 2~3년 만에 한국을 떠나겠다고 나선단 말인가. 한국 정부는 난민(신청자)들을 형편없이 대우함으로써 난민들이 못 견뎌 스스로 한국을 떠나게끔 만들고 있다.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탑승을 거부해 놓고도 아직까지 티켓 대금을 돌려주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총 1150만 원이나 되는데 말이다. 심지어 이 중 400만 원은 빚진 돈이다. 이들은 이제 “남은 돈도 없고, 돌아갈 집도 없다” 하고 말했다.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이 난민들은 맨몸으로 차가운 공항 바닥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티나는 “난민 신청 도움 주고, [난민을] 괴롭히지 않는 나라로 가고 싶다. 그런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 하고 말했다.
난민들이 이런 비참한 처지로 내몰리는 것은 각국의 국경 통제와 난민 배척의 직접적 결과다. 보호받아야 할 난민들이 국경에 가로막히거나 간신히 들어가더라도 곤궁한 처지에 내몰리며 다시금 다른 나라를 떠돌아야 하는 것이다.
국경을 열라는 요구는 ‘지금, 여기’ 난민들을 위한 가장 절박한 요구다.
이집트 난민 입국을 거부한 독일 정부를 규탄한다. 한국 정부의 폭력과 인종차별 만행을 규탄한다. 티나 가족이 부디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 정부는 박해와 가난,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