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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
최저임금도 못 받는데 더 깎겠다고?

현재 국회에는 자유한국당 김학용, 이완영 등이 발의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대체로 일한 지 2년 안 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최대 30퍼센트까지 삭감하는 내용이다. 현재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등으로 극한 대치를 벌이지만, 노동개악 법안들은 이견이 크지 않아 언제든 통과될 위험이 있다. 이때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도 논의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이 4월 19일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삭감)을 국무회의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4월 25일 중소기업중앙회와의 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부정적인 발언을 했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주들이 반발하자 사견을 전제로 “중앙정부는 하한선만 정해 주고 지자체별로 자율권을 줘야”한다고 답했다. 그 다음 날 대한상공회의소와의 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기 때문에, 만약 지역·업종별 차등적용이 통과되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도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주 54시간 월급 200만 원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전국 22개 이주인권단체 및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 1215명을 대상으로 벌였다. 그 결과를 담은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여 실수령액 평균은 약 200만 원에 불과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4.4시간이나 됐다. 연장 가산수당만 적용해도 약 228만 원은 받아야 최저임금을 충족하지만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농축산어업의 경우 주당 평균 61.1시간 일하고 약 167만 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특히 열악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2017년보다 월급이 올랐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퍼센트에 불과했다. 심지어 11.4퍼센트는 오히려 줄었다고 답했다. 건설업의 경우 월급이 올랐다고 답한 비율은 30퍼센트로 특히 낮았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한 곳도 있었다.

사용자들은 월급을 올리지 않으려고 우선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45.4퍼센트). 그러나 업무량은 줄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이렇게 노동강도가 강화되면 산재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태조사에 응한 이주노동자들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한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 있을 때 사장이 통역(제 친구)을 통해 ‘빨리 퇴원할 수 있도록 손가락을 계속 치료하지 말고 그냥 자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당시 사장은 산재보험도 안 해줬습니다. … 제가 퇴직금 차액을 달라고 하니 사장이 ‘손가락 잘렸을 때 보상금 많이 받았잖아. 더 이상 줄 필요 없어’라고 말했습니다. 성실근로자 재입국제도*로 한국에 와서 다시 일하고 싶어서 참았습니다.”

고용허가제

이 끔찍한 사례는 고용허가제가 어떻게 이주노동자를 옥죄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는 직장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체류기간도 고용주 동의가 있어야 연장받을 수 있다.

2017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네팔 노동자 깨서브 씨는 하루 12시간 노동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그래서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고용허가제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자살했다.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 또 다른 방법은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이주노동자의 서면 동의만 있으면 월 통상임금에서 최대 20퍼센트까지 사전 공제할 수 있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서면 동의를 거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비닐하우스 구석에 있는 컨네이너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조승진

응답자 18퍼센트가 2017년에는 내지 않던 숙식비를 내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27퍼센트가 숙식 관련 비용이 올랐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비용을 공제하며 제공하는 숙소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에어컨이 없고(42.6퍼센트), 실내 화장실이 없거나(39퍼센트) 사용 인원에 비해 부족하며(33.5퍼센트), 소음·분진·냄새 등 유해환경에 노출(37.9퍼센트)돼 있었다.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비 시설이 없는 경우가 34.9퍼센트에 이른다.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등 임시 가건물을 제공받은 비율도 17.1퍼센트나 됐다.

어떤 숙소는 주방과 샤워실이 구분되지 않아 누군가는 한쪽에서 요리를 하고 누군가는 다른 쪽에서 샤워를 해야 했다. 이런 곳에서 노동자 한 명당 10만 원씩 총 60만 원을 월세로 받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이 항의하자 고용주는 “노동부 법을 따라 다른 회사는 월급의 20퍼센트까지 받는데 많이 봐 준 거다. 내기 싫으면 집[본국]에 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주택 단지와 멀리 떨어진 공단이나 건설 현장, 농촌 등지여서 주거지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곳의 일자리를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숙소 제공은 고용주가 노동력을 이용하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주노동자 숙식비는 전적으로 고용주가 부담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상황 악화를 배경으로 전반적인 노동자 임금 삭감 시도를 벌이고 있다.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열악한 노동자층이 확대되는 것은 다시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취임 이래 지속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는 등 이간질도 강화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내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차별에 맞서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에 참가한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