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
이주노동자를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모는 정부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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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노동착취 중단! 사업장 이동의 자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반대! 2019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이주노조,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가 주최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노동절에 쉴 수 없어 해마다 노동절을 앞둔 일요일에 메이데이 집회를 연다. 이번 집회에도 이주노동자들과 연대단체 등 약 20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발언을 경청하고 활기차게 청와대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문재인 정부의 인종차별적 이주노동자 정책을 규탄했다.
발언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를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직장 이동을 금지하고 체류기간 연장 권한을 고용주에게 쥐어 줬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의 횡포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참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다.
“공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사장이 절대 [직장 이동] 동의서를 안 써준다. 고용허가제가 사장님을 지켜 주기 때문에 우리는 회사에서 맞고 월급도 밀리고 퇴직금도 못 받는다. 고용허가제 빨리 없애야 한다.”(방글라데시 노동자 라나)
“일이 힘들어서 사업장을 변경해 달라고 하면 ‘너희 나라로 보내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지시를 거부하면 3년이 끝나고 재고용을 안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네팔 노동자 오쟈)
“사업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도망이다. 그렇게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가 된다. 지옥 같은 사업장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어서 도망치면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한다.”(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없는 데 또 깎나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시도까지 벌어지는 것에 분노했다. 현재 국회에는 일한 지 2년 안 된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최대 30퍼센트까지 삭감할 수 있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사업주 말을 받아다가 법으로 발의하는 국회의원이나, 논리를 만들어서 갖다 바치는 중소기업중앙회나 다 한 통속이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우리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나라가 가난한 것이 우리의 죄인가? 우리는 적당히 주는 대로 받아서 갈 때 되면 집에 가면 되는 심부름꾼인가? 그들은 ‘합리’를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인종차별이다.”
지난해 전국 22개 이주인권단체와 노동조합이 벌인 실태조사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54.4시간을 일하면서도 월급여 실수령액은 약 200만 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오르자 연장근무는 줄이면서 노동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임금 인상을 억누른 경우도 많았다.
이주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와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과도한 노동으로 의문사를 한다.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고 노동부는 개인적인 질병이라고 이야기할 뿐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자신의 처지를 호소할 데가 없어서 자살하기도 한다. 과도한 노동시간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에게 흔한 일이다.”(캄보디아 노동자 딴 소픈)
“사장은 출신국에서보다 월급을 많이 주니까 [이주노동자들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한다고 한다. 일할 때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다루는데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일해야 한다.”(네팔 노동자 오쟈)
예멘 난민들이 전한 메시지도 소개됐다.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의 하청회사에서 일하는 예멘 난민들은 일한 지 한 달 만에 숨을 못 쉴 정도로 가슴이 답답하고 한쪽 눈이 너무 아팠다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했다. 또 외톨이와 같은 한국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사회를 맡은 존스 갈랑(필리핀공동체 카사마코)의 선창으로 참가자들은 “난민 인권 보장하라” 구호를 함께 외치며 화답했다.
인천공항 억류 난민 루렌도 가족의 소식을 알리는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의 유인물도 배포됐는데, 이들은 안타깝게도 지난주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가릴 것 없이 꼼꼼히 읽으며 관심을 보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참가해 “이주노동자의 투쟁은 곧 민주노총의 투쟁”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김영훈 정의당 노동본부장, 손지후 경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 진보정당의 대표자들도 참가해 연대했다.
참가자들은 “Stop Crackdown(강제추방 반대)”, “Down Down EPS(고용허가제 폐지)’, “노동자는 하나다”를 외치며 힘차게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삭감, 탄력근로제 확대, 파업권 약화 등 기업주 편에 서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대우조선 민영화로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그 속에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시도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자리 도둑’이라고 비난하며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고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 한다.
정부의 이런 책임 전가가 먹혀들지 않도록 이주노동자들과 내국인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