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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시설관리 비정규직:
공짜 초과근로로 뜯기는 임금 일부를 되찾다

이화여대 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화여대분회)이 그동안 인정받지 못하던 노동시간을 인정받고, 임금도 인상하는 성과를 냈다.

시설 노동자들은 학교의 전기, 난방, 기계 등을 담당하며 학교 운영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그동안 매달 250시간 넘게 일하면서도 실제로는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해 왔다.

이처럼 사측이 임금을 떼먹을 수 있었던 것은, 시설 노동자들의 임금이 사실상 포괄임금제*였기 때문이다. 이는 3교대, 맞교대가 필수인 시설 노동자들에게 휴일·야간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사측의 꼼수다.

시설 노동자들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로 결의한 후, 학교 당국과 면담을 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과 하청업체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시간을 끌었다. 시설 노동자들이 청소, 경비 노동자들에 비해 한동안 투쟁에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기 때문에 학교 당국이 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듯하다.

이런 태도를 보고 노동자들은 학교 당국에게 파업을 통보했다. 학교 정문에 요구를 알리는 현수막도 기습적으로 걸었다.

그러자 당황한 학교 당국은 서둘러 하청업체에게 사태를 해결하라고 압박을 넣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매달 250시간 노동을 인정받게 됐고(3교대 노동자 기준), 임금이 16만 원가량 인상되는 성과를 냈다.

시설 노동자도 이대 구성원이다 시설 노동자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학교 당국에게 항의하며 기습적으로 현수막을 부착했다. ⓒ제공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대 시설 노동자들은 올해 초 점거 파업으로 승리를 거둔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 투쟁에서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시설 노동자인 남석우 이대분회 조직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고무적이게도 시설 조합원들 스스로 서울대 사례를 얘기하면서 ‘우리도 투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저희가 학교 당국과 교섭 때도 ‘서울대 투쟁 못 봤냐’며 얘기했을 때 학교 측이 순간 흔들리는 게 보였는데 말은 많이 아꼈죠. 시설 관리는 파업을 하면 파급력이 굉장이 크거든요. 기계, 냉난방, 전기처럼 기본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학교 업무가 실제로 마비됩니다.”

정문에 건 현수막 학교 당국은 화려한 건물을 자랑하면서 정작 시설 노동자들은 없는 사람 취급했다. ⓒ제공 이대분회 남석우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이처럼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지하 주차장 매연에 고통받던 학내 주차 관리 노동자들도 좀더 쾌적한 업무 공간을 약속받았다.

최근 여러 작업장에서 노동자 투쟁이 만만찮게 벌어지고 있는데, 이화여대 노동자들도 목소리를 높이자 학교 당국은 더 난감했을 것이다.

남석우 이대분회 조직부장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한 것이 학교 당국을 물러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만들어 준 분위기 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유라 문제로 시작된 투쟁의 여파가 아직도 있고, 최근에 미투 운동이나 낙태죄 폐지 등 사회 전반적으로도 저항이 있는 분위기에서 노동자들이 나서자 시너지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포괄임금제적 성격을 더 고쳐 나가야 할 과제가 있다. 또한 시설 노동자들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고용돼 있어서, 시간외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 등이 나오지 않고 야간수당만 지급받고 있다. 이는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시설 노동자들과 비교해 차별이기도 하다.

이번 시설 노동자들의 성과는 포괄임금제의 폐해를 바로잡는 소중한 첫 걸음이다.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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