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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보수당의 위기를 드러낸 국방장관 경질 소동

5월 1일 영국 국방장관에서 경질된 개빈 윌리엄슨은 아주 막 나가는 인물이다. 보수당 하원 원내총무 시절 윌리엄슨은 테리사 메이가 총리가 되는 것을 도왔다. 윌리엄슨은 2017년 11월 국방장관에 임명된 이래 줄곧 호전적인 태도를 취했다.

윌리엄슨은 2월에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열강’이 경쟁하는 시대에 ‘글로벌 영국’[유럽연합 탈퇴 이후, 세계 다른 부분과 더 긴밀히 관계 맺은 영국]은 국제법을 어기는 이들에 맞서 행동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 때로 영국이 단독으로 개입해야 할 수도 있다.”

윌리엄슨은 영국의 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를 태평양으로 보내겠다면서 퀸 엘리자베스호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 진입할 것이라 시사했다. 이에 격분한 중국 정부는 재무장관 필립 해먼드의 방중 일정을 취소했다. 왜 중국 정부가 윌리엄슨의 말에 폭소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중국군이 항공모함을 격침하기 위한 신형 미사일[둥펑21]을 개발했는데도 말이다.

호전적 개빈 윌리엄슨(가운데)이 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 NATO

〈선데이 타임스〉는 이 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도했다. 영국 군함들을 남중국해에 파견하자는 [윌리엄슨의] 요청을 총리 테리사 메이가 거부하자, 윌리엄슨은 정부 서류에 “엿 같은 총리”라고 휘갈겨 썼다는 것이다.

유출된 국가 기밀 문서를 보면, 윌리엄슨은 짐바브웨·나이지리아·케냐·이집트 등 아프리카 나라 최소 다섯 곳에 영국군을 파병하자고 제안했다. 국방부 관료들은 〈선데이 타임스〉에 이렇게 전했다. “[윌리엄슨은] 파병할 명분을 찾길 원했다. … 윌리엄슨은 아프리카 침공을 원했으며 … 파병을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윌리엄슨이 국가안보회의(NSC) 논의를 〈텔레그래프〉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경질된 마당에, 메이 측으로 추정되는 소식통이 윌리엄슨의 평판을 떨어뜨리려 같은 논의들을 유출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갈수록 분열하고 말 안 듣는 내각을 단속하는 것이 메이의 진짜 속내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윌리엄슨을 경질한 표면상의 이유 역시 중국 관련 정보 유출 건이었다. 윌리엄슨은, 중국 IT 기업 화웨이를 영국의 5G 네트워크 개발 계획에 제한적으로 동참시킴으로써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뜻을 거스른 메이의 결정에 반대했던 듯하다.

난리법석

그러나 이 모든 난리법석은 사실 향후 몇 개월 안에 열릴 보수당 지도부 선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5월 하순 유럽연합 선거에서 보수당이 참패해 마침내 메이가 실각하게 된다면 [몇 개월보다는] 더 일찍 치르겠지만 말이다.

보수당원 압도 다수는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한다. 그래서 [2016년 국민투표에서] 잔류에 투표한 윌리엄슨이나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 등 야심 있는 보수당 인사들은 탈퇴파로 변모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할 일은, 5월 3일에 헌트가 BBC 라디오 4 채널의 〈투데이〉에 출연해, 노동당이 메이 내각과의 협상에서 내세운 핵심 요구, 즉 ‘브렉시트 후 유럽연합 관세동맹 잔류’에 결코 합의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헌트는 내각에서 [자신들끼리도 합의하지 않아]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대놓고 했는데도 해임되지 않았다.

윌리엄슨도 보수당 지도부 선거를 감안해 계산적으로 호전성을 표출하고 있다. “영국의 단독 개입”이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하지만 윌리엄슨이 중국에게 센 척을 하는 것은 미국과 공조하겠다는 암시다. 최근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 일체에 대한 수입 관세를 25퍼센트로 올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대(對)중국 압박을 키웠다.

이는 유럽연합 바깥에서 “글로벌 영국”을 이룩한다는 초강경 브렉시트파의 환상에도,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와도 잘 들어맞는다. 문제는 이 게임을 윌리엄슨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사람, 바로 보리스 존슨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6월 영국 방문 일정 중에 존슨과 비공개 만찬을 가질 듯한데, 트럼프는 존슨이 “위대한 총리”감이라고 떠든다.

윌리엄슨은 군 수뇌부에게 다음과 같이 거들먹거렸다고 한다. “내가 메이를 키웠다. 그러니 메이를 꺾는 것도 나다.” 그러나 윌리엄슨이 메이를 실각시키면, 그 수혜는 존슨이 입을 듯하다. 이는 유럽연합에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다. 메이와 유럽연합 사이의 브렉시트 합의를 뒤엎으려 들 총리 존슨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당원 다수가 지지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질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보면,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이 메이를 곤경에서 구해 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 수 있다. 보수당이 이토록 불안정하다는 것은, 다가올 총선에서 코빈이 존슨과 겨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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