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조선 피격:
미국이 중동에 뿌린 불씨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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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에이브러햄 링컨함 항공모함 전단을 미군 중부사령부에 배치한 지 1주일도 안 돼 중동에서 갈등이 연쇄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미국 항모전단 배치에 이란이 우라늄 농축 재개를 시사하며 대응하자, 미국은 이란의 금속 수출을 제재했다. 이란의 핵심 수출품은 석유지만 금속 관련 수출도 전체 무역 수익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한다. 미국의 추가 제재는 이란을 더욱 옥죄겠다는 뚜렷한 의사 표현이다.
그리고 5월 12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사우디아라비아발 선박 네 척이 피격됐다.
즉각 긴장이 고조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건 발생 직후 이를 “사보타주
이란은 이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미국의 보수적 전략·정보 웹사이트 스트랫포도 의문을 제기하며,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이란이 유럽 국적 선박을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경쟁국 이스라엘이 이 피격의 배후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박 네 척을 두고 긴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제국주의 갈등
이 갈등의 배경에는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이 있다. 중동은 “전략적 자원”인 석유의 공급 중심지일 뿐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의 세 중심축 중 두 곳, 즉 동아시아와 서유럽을 연결하는 핵심 길목이다.
그러나 역내 갈등의 주역들인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의 갈등을 ‘친미 대 반미’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이들은 미국과 동맹을 맺거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무시 못할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슬람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의 2013년 군부 쿠데타를 배후 지원했고 지금은 예멘에서 잔혹한 전쟁을 벌인다.
이스라엘은 다른 모든 중동 지배자들을 불신하며
이란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으로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이 외려 커졌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친미 왕정이 타도된 이래, 미국은 이란을 매우 거슬려 했고
설상가상으로 러시아도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갈등에 끼어들었다. 러시아는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를 지원했고, 이란·터키·이집트에 핵발전소 건설을 지원했다. 물론 러시아는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은 2015년 핵협정을 체결해 이란을 회유하는 한편, 역내 동맹국을 이용해 중동 패권을 관할하는 전략을 유지했다.
트럼프 집권 후 미국은 역내 동맹국들을 더 적극 지원했다. 트럼프 정부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10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무기 계약을 맺어 친미 지역 강국들에 힘을 실었다.
그런 맥락 속에서 트럼프는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경제 제재를 부활시켜 이란을 약화시키려 한다. 그런 와중에 5월 초 이란산 석유 수입 예외국 지정을 취소했다.
이렇듯 오늘날 점차 고조되는 긴장의 근본에는 제국주의 간 경쟁이 있다. 거기에 지역 강국들 사이의 갈등이 중첩되면서 불안정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 불씨가 불시에 강도 높은 충돌로 비화할 위험도 상존한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