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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공식 종말” 운운한 트럼프:
미국은 전쟁 위협 중단하라

이란을 에워싸고 있는 미군 기지와 함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높아지면서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의 복잡하고 불안정한 지정학 때문에, 미국의 대(對)이란 위협은 정말 위험천만한 짓이다.

트럼프는 2015년 이란 핵합의를 깬 데 이어, 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해 온 일부 국가에게 적용한 제재 면제 조처를 5월 초에 중단해 버렸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 정부의 주된 수입원인 석유 수출을 완전히 틀어막아서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 한다.

이란을 향한 군사적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이미 이란 국경 주변은 미군 기지와 함대가 에워싸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함대를 이란 인근에 추가 배치했고 군사 훈련을 벌였다.

미국이 압박을 강화하자, 이란은 저농축 우라늄 생산 속도를 높이면서 반발했다. 미국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자신들도 핵합의 준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5월 12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4척이 누군가에게 피격됐다. 그 후에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는 로켓포가 떨어졌다. 미국은 명확한 증거도 없이 이 일들을 이란이 했거나 적어도 이란이 배후에서 조종한 일로 단정했다.

로켓포

5월 19일 트럼프는 이란을 향해 거친 말을 쏟아 냈다.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 종말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과격한 언사를 그저 사업가적 수완, 즉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허풍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는 오래되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 지배자들은 이라크 전쟁으로 다른 경쟁국(중국, 러시아 등)들에게 1인자로서의 여전한 힘을 과시하려 했다. 당시 미국 부시 정부는 내심 이라크를 넘어 이란도 제압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패배했다. 역설적으로 이란이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란의 경쟁자인 이라크가 전쟁 때문에 폐허가 되면서 이란은 위상이 높아지고 중동 내 영향력도 커졌다.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은 이란을 눌러 버릴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2015년 오바마 정부는 이란과 협상에 나섰다. 그리고 핵합의를 통해 중동에서 이란이 가진 영향력을 억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그의 최측근들은 오바마의 대이란 정책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맺은 이란 핵합의를 집권하자마자 찢어 버리겠다고 대선 기간 내내 공언했다. 그리고 그는 공약대로 실천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도 마찬가지로 이란에 대해 매우 호전적인 견해를 고수해 왔다. 그는 이란 정권 교체에 매우 집착했다. 2015년 〈뉴욕 타임스〉에 실린 그의 칼럼 제목은 ‘이란의 [핵]폭탄을 막고 싶다면, 이란을 폭격하라’였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과의 타협이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중동 패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믿는다. 그들은 이란을 최종 굴복시키고, 그 모습을 다른 제국주의 열강이 보기를 원한다. 트럼프 정부가 유럽 동맹국들의 반발에도 이란 핵합의를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강화한 까닭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의 대이란 강경책을 환영한다. 그들에게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트럼프가 당장 이란과 전면전을 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일단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듯하다.

그러나 중동은 오랫동안 전쟁이 거듭된 곳이며, 제국주의 열강과 지역 강대국들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역이다. 트럼프 정부도 이런 관계들을 온전히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이 초래한 긴장 고조가 언제 어느 곳에서 진짜 전쟁으로 터져 나올지 모른다. 그런 곳에서는 작은 우발적 충돌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이란 전쟁 위협은 트럼프가 얼마나 위험하고 호전적인 제국주의자인지 보여 준다. 6월 하순 그의 방한을 한국의 진보·좌파가 반대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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