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의 약속 파기로 비정규직 200여 명 해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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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어 유지 보수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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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강장 안전문(PSD)을 유지 보수하는 철도공사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전국민주여성노조 철도PSD지부)이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파업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철도공사의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됐고, 6월 하순 용역 계약이 만료되면 해고될 상황이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초부터 철도공사가 관리하는 역이 두 배로 급격히 늘면서 고용됐다.
올해 철도공사는 PSD 노동자 90여 명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같은 일을 하는 200여 명은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됐다. 2017년 7월 20일 이전에 입사한 노동자들만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다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며 말이다.
대신 철도공사는 이들 200여 명을 계약직인 기간제로 직접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기간제라도 되기를 바라며 전환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11월에도 기간제로 채용한다는 방침을 이메일로 통보했고, 안전화와 근무복 치수까지 확인했다. 노동자들은 기간제 전환에 필요한 신체검사도 받고 서류전형을 준비했다.
그런데 철도공사가 기간제 채용을 계속 지연시키더니, 결국 PSD 업무를 맡을 정규직을 신규 채용하고 용역 계약은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놨다. 비정규직은 해고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철도공사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기간제 채용 계획을 철회하고도 그 뒤에 기간제 채용을 할 것처럼 이메일을 발송해 노동자들을 완전히 우롱했다. 이 사실을 올해 2월에야 뒤늦게 알게 됐으니 배신감과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철도공사는 3월에 정규직 신규 채용을 진행했고, 결국 이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규직 신규 채용에 응시했지만 전원 탈락했다.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시험을 친데다 직무수행능력평가는 현장 경험과는 전혀 상관없는 시험이라 합격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전국민주여성노조 철도PSD지부 권태완 홍보부장이 말했다. “우리를 기간제로 채용할 의사가 없었으면 일찌감치 알려줘서 다른 일자리라도 알아보게 했어야 하는데 코레일은 법적으로 알려줘야 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다른 회사에 입사할 골든타임이 다 지나간 시점에 이렇게 해고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 공공기관에서 거짓말한 거 아니냐. 필요할 땐 잘도 갖다 쓰더니 이제 와서 내팽개치는 건 너무 불합리하다.”
책임 회피
지난해 6월 27일 철도공사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는 PSD업무를 ‘생명안전업무’라 “철도공사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업무”라고 결론 냈다. 따라서 마땅히 열악한 처우 속에 이 업무를 수행해 온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PSD노동자들은 “해마다 1~3명이 죽어 나가고”, “더운 날씨에 옥외 역사에서 일하는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면서도 정규직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저임금을 받으며 일해 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종 합의서에는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에 대한 어떤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게다가 철도 안전을 위한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이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
“올해 초 정규직으로 전환된 PSD 노동자 90여 명 중 50명 이상은 올 연말에 정년 퇴임한다. 신규 인력을 뽑았지만 현재 철도공사가 관리하는 역사 243곳을 제대로 관리하고 유지 보수하기엔 역부족이다. 또 철도공사가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4조 2교대를 도입하려면 인력이 더 충원돼야 한다.”(전국민주여성노조 철도PSD지부 권태완 홍보부장)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때문에 직접 고용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철도노조 한 활동가는 철도공사가 PSD 노동자들과 마찬가지 처지에 있는 일부 다른 노동자들은 전환 대상에 포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잘못된 정부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것인데 이것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해고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 것도 문제다.
이처럼 정부의 방침과 철도공사 행태는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므로 정당하지 않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철도공사에게 기간제로 직접고용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 철도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안전 대책을 쏟아 내면서 정작 안전업무에 숙련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도 위선이다. 신규 채용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철도 안전도 강화하는 길이다.
비정규직 해고에 반대해 연대해야
정부와 철도공사의 책임 회피에 맞서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파업 기간에는 파업 불참을 종용하는 철도공사와 용역회사 사측의 압박도 상당했다. 투쟁 기금 부족도 큰 어려움이다.
이럴 때 철도노동자 동료들의 지지와 연대가 꼭 필요한 때다.
철도노조 한 지부장은 이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을 듣고 “지부 조합원들에게 철도공사가 대체 인력 투입을 요청하면 거부하라는 연락을 돌리고 있다” 하고 말했다.
투쟁 기금 모금 등 기층 연대를 넓혀 나간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사실 지난해 철도노조 집행부가 철도공사의 계약직 채용 계획 철회 사실을 알고도 이에 눈감은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철도노조는 철도공사 사측에게 비정규직 직접 고용 약속을 지키도록 압박하고 나서야 한다. 잘못된 정부의 정책과 철도 공사의 책임 회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생되게 해서는 안 된다.
철도 안전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한 만큼, 비정규직 해고를 막고 직접고용하게 만드는 것은 전체 철도노동자들에게 이로운 일이다.
해고에 맞선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하자.
철도 비정규직 해고 반대 투쟁 기금 모금 계좌
3333109747238 카카오뱅크
예금주: 이기욱(전국민주여성노조 철도PSD지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