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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집배원 과로사에도 인력충원 없다는 냉혈한 정부와 우정본부

최근 연이은 집배원 사망 소식과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의 노동조건 공격에, 장시간·중노동에 시달려 온 집배원들의 분노와 항의가 커지고 있다.

공주우체국 상시계약(무기계약직) 집배원 이은장 씨의 죽음은 과로와 무료노동이 일상이 된 집배원의 현실을 비극적으로 드러냈다.

그런데도 공주우체국 관리자들은 이은장 씨의 죽음은 업무와 무관하다며 과로사가 아니라고 발뺌했다. 5월 20일 분노한 유가족과 집배원 동료들, 고인의 배달구역 주민들이 순직 인정을 요구하며 공주우체국 규탄 집회에 참가했다(공공운수노조와 전국집배노조 주최). 공주우체국장은 유족에게 사과했고, 순직 인정을 위한 자료 협조 등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고 이은장 집배원의 어머니가 고인이 일하던 현장을 둘러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출처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간 집배원 191명이 숨졌다. 인건비 절감과 ‘경영효율화’ 정책이 낳은 기업 살인이다.

그런데도 우정본부는 지난해 우편사업 적자가 최대였다며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 짜겠다고 한다.

지난해 우정본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인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하 기획추진단)에서 합의한 사항도 우정본부는 무시하고 있다. 집배원 2000명 증원(올해 1000명 증원)을 무기한 보류한 것이다.

또, 우정본부는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우정노조(한국노총)와 올해 7월 1일부터 토요배달을 폐지하겠다고 합의했는데, 이것도 지키지 않겠다고 한다. 평일 하루 10시간가량 일하는 집배원들은 주말에 쉬기를 간절히 바란다. 과로사를 막으려면 토요 배달은 즉각 폐지해야 한다.

약속 파기

우정본부는 토요배달 폐지 대신 꼼수 방안을 내놨다. 통상우편물 배달과 택배 배달 구역을 분리하는 배달 이원화로 집배원의 노동강도를 줄여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인력충원 없이 이렇게 되면 집배원 1명 당 배달 구역만 늘어나 노동시간은 늘어나고 노동강도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택배 물량 증가로 집배원들의 업무량은 더 늘어나고 있는데, 우정본부는 인력 증원은커녕 시간외근무를 월 22시간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한다(현재 월 평균 시간외근무는 50시간). 집배원들에게 정해진 시간 내에 노동강도를 높여 일을 마치든, 못 다한 일은 무료노동을 하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정부는 눈 감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 만든 기획추진단이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권고안을 발표한 지 7개월이 지나고도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지만 문재인 정부는 수수방관 중이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며 시간을 끌고는 정부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정본부의 약속 파기와 노동조건 공격, 이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기층 집배원들의 불만과 항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집배노조는 7월부터 토요배달을 전면 거부하고 7월 6일 토요일에 전국 집중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도 5월 30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활동을 재개한다.

배달 구역은 늘고 노동 강도는 세지는데 인력 충원은 요원. 이 죽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겠는가? 5월 20일 고 이은장 집배원 과로사 순직인정 및 갑질 책임자처벌 무료노동 즉각중단 결의대회 ⓒ출처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그간 투쟁에 소극적이었던 우정노조도 항의에 나섰다. 우정노조는 최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지방본부 별 순회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26일 부산과 27일 대구에서 열린 집회에 각각 2700여 명과 1500여 명이나 참가했다(우정노조 발표). 우정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살인적인 노동조건을 이번만큼은 개선해야 한다는 열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층 노동자들의 불만이 워낙 크다 보니 우정본부의 공격에 맞서 집배노조와 우정노조가 같이 싸워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그간 집배노조 지부들은 우체국 앞에서 출근 홍보전을 해 왔는데, 최근엔 우정노조 지부들도 출근 홍보전을 시작했다. 일부 우체국에선 집배노조와 우정노조 조합원들이 같이 진행하기도 했다.

우정본부는 돈이 없다며 인력 증원과 토요배달 폐지에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온다. 그러나 우정본부는 매년 수천억 원씩 흑자를 냈으며, 그간의 흑자액 중 무려 2조 8000억 원을 정부가 가져갔다. 약속을 파기한 우정본부에 맞서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에게도 책임을 지라고 압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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