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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질서 지키기?”:
현대차 사측은 현장 통제 강화로 무엇을 노리는가?

현대차 사측이 ‘두 작업’이나 ‘올려치기’ 등 노동자들의 “변칙 근무”를 문제 삼으며 무더기 징계에 나섰다. 사측은 이를 “기초 질서 지키기”라고 포장하고 있다.

‘두 작업’이나 ‘올려치기’는 노동자들이 좀 더 쉬기 위해 자신의 일(또는 동료의 일)을 몰아서 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일을 덜 하는 게 아니라 노동강도를 올려 빨리 끝내고 쉬는 것뿐이다.

지난 수년간 현대차에서는 노동강도가 올랐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2시간에 한 번씩 짧게 쉬고 나머지 시간에는 꼼짝없이 기계처럼 일해야 한다. “변칙 근무”는 비인간적인 생산 활동에 맞선 노동자들의 인간적인 반응이자 궁여지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흡혈귀처럼 오직 살아 있는 노동을 흡수”해 기계를 돌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강도 높은 노동 후에 잠시 취하는 휴식조차 못마땅해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가 노동하는 시간은 자본가가 자신이 구매한 노동력을 소비하는 시간이다. 만약 노동자가 자본가의 처분에 맡긴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는 자본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된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근무 시간에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더 쥐어짤 여지를 발견했을 것이다. 사측과 보수 언론들은 현대차 노동자들이 너무 여유를 부려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줄곧 비난해 왔다.

따라서 사측은 징계로 노동자를 위축시켜 ‘두 작업’을 막고, 장차 노동강도 강화나 인력 감축 등 더한 공격으로 나아가려는 것일 수 있다.

더욱이 노동자들에게 ‘놀면서 고임금 받는 노동귀족’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워 청년 실업 해결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노동조건을 공격할 수도 있다. 아마 저질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와 비교하면서 그렇게 할 것이다.

즉, 사측이 말하는 “기초 질서”는 노동자들을 자신들 마음대로 착취할 권리를 뜻하는 것이다.

물론 현대차 노동자들은 강력한 투쟁 전통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장 통제에도 맞서 싸워 왔다. 그래서 사측이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도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일부 공장에서는 통제가 완화됐다.

또한, 매년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앞두고 현장 통제 시도는 강화됐다가 곧 느슨해졌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을 ‘잠시 피하면 되는 소나기’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작업’에 대해 사측이 실제로 징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만큼 안이하게 대처할 일이 결코 아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현장 통제 강화 시도를 으레 지나가는 일처럼 여기고 넘기면 더 큰 공격이 닥쳤을 때 맞서 싸우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 강화에 협력해야 할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하부영 집행부는 사측의 현장 통제를 비판하긴 했지만 “기초 질서 지키기” 자체를 반대하는 일에는 뜨뜻미지근하다. 아마 기업 경쟁력 강화 논리를 수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부영 집행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신차 적시 생산, 품질 향상 등 기업 경쟁력 향상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을 지키려면 그래야 한다면서 말이다.

사측은 신차를 생산할 때마다 노동강도를 높이고 외주화를 확대하려고 했다. 기층 대의원들은 이에 대해 사측과 협상할 권한을 갖고 있었고 노동자들은 그것을 이용해 투쟁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부영 집행부가 하겠다는 신차 적시 생산은 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하부영 집행부는 사측과 ‘창립 50주년, 노사관계 30주년 특별합의’를 맺었다. 신차를 적시에 뽑을 수 있도록 대의원들이 갖고 있던 권한을 약화시키는 내용이었다.

안전 사고나 기계 고장 등으로 인한 라인 가동 정지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대응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이처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측과 협력한다는 기조는 사측의 현장 통제력 강화 허용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되면 사측이 장차 고용 등을 공격했을 때 대응할 힘도 취약해지기 쉽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는 늘 착취 강화로 이어져 노동자들의 고통을 증대시켰다. 폭스바겐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1990년대 위기에 처한 폭스바겐에서는 고용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노조가 임금 등을 양보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임금 동결, 이중임금제, 유연근무제 도입 등을 시도해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노조는 일련의 공격들에 제대로 맞서지 못했고, 사기가 떨어진 노동자 1만 3000여 명이 결국 조기 퇴사했다.

현대차의 좌파적 활동가들은 노조의 경쟁력 강화 협력을 비판하고 사측의 현장 통제 강화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