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성황리에 열린 기아차 신입사원 차별 임금 철폐 토론회
투쟁위원회(준)을 발족키로 하다

5월 29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열린 기아차 신입사원 차별임금 철폐 토론회 ⓒ김승현

5월 29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차별 임금 철폐 토론회가 열렸다. 2015년 결성된 기아차 ‘신입사원 이중임금제 철폐 대책위원회’, 현장모임 ‘더불어한길노동자회’의 차별임금철폐위원회, 노동자연대 기아차모임이 공동주최했다.

토론회는 30여 명이 참여해 열띠게 진행됐다. 공장에서 열린 토론회에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특히 이중임금제(신입사원들의 임금을 깎는 제도)를 적용받고 있는 2011년 이후 입사자들과 비정규직이었다가 정규직으로 특별채용된 이들이 주축을 이뤘다.

기아차에서 신입사원들은 상대적 소수이고 작업장에서 ‘막내’라는 이유로 꽤 오랫동안 항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점점 확대되는 임금 차별에 반대해, 2015년에 신입사원들이 이중임금제 철폐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대책위는 차별의 현실을 공론화하고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이중임금제 철폐 안건을 상정해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키는 등 활동을 해 왔다. 그런데 당시 좌파를 자처한 김성락 집행부가 대의원대회 결정을 이행하기는커녕, 오히려 임금 차별을 확대하는 배신을 했다.

그 뒤로 들어선 강상호 집행부도 지난 3월 통상임금 중 일부만 받는 합의를 하면서, 상여금 월 분할 지급도 합의해 줬다. 상여금을 월 분할로 지급하면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올려 줄 필요가 없게 된다. 월 분할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여금 월 분할 합의는 사측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것을 용인해 주면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시급을 받는 신입사원들을 배신한 것이다. 현대·기아차 노동자 7000여 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집행부는 앞으로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이 연월차, 생리휴가에 관한 단협을 적용받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사측이 단협 수준보다 낮은 법정 기준에만 맞추면 되도록 합의한 것이다.

신입사원들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의 분노는 상당하다. 토론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물씬 반영됐다. 토론회 발표자 두 명도 차별 임금의 당사자다. 이들은 그 불만을 잘 대변하면서, 임금 차별이 노리는 효과와 단결의 과제를 제시했다.

ⓒ김승현

송재근 이중임금제 철폐 대책위 총무는 “이중임금제는 사측이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 차별을 확대시켜 결국 전체 조합원의 임금을 하향평준화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중임금제는 현대·기아차만이 아니라, 기업주들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는 고약한 방법입니다. 2008년 경제 위기에 직면해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신입사원의 임금을 50퍼센트 삭감하는 공격을 밀어붙이고, 전미자동차노조 지도부가 이를 합의해 줬습니다.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자동차 노동자 전체의 임금이 절반 깎이는 것으로 향했습니다.

“기업주들은 우리 노동자들 전체의 임금을 한 번에 공격하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으니, 일부 노동자들의 임금을 우선 공격해 전체를 끌어내리는 방법으로 임금 삭감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간질 시도에 맞서 노동자들이 함께 단결해 싸워야 합니다.”

비정규직 특별채용자이기도 한 박재욱 더불어한길노 교육국장은 자본의 비정규직 차별, 신입사원 차별 문제를 하나하나 폭로·비판했다.

“기아차 사측은 2009년부터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대폭 낮추었고 2013년 심야보전수당2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2016년 심야수당 미적용과 기본급이 아닌 특호봉 인상으로 신입사원 임금을 또다시 낮추는 꼼수를 부려 왔습니다. 이런 차별 임금을 합의한 집행부의 행태가 분노스럽습니다.”

이어진 청중 토론에서 많은 주장과 질문이 이어졌다. “늦게 입사했다고, 특별채용됐다고, 수당 안 주고 임금·단협에 차별을 두는 것은 부당하다”, “현장 조합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오늘을 계기로 차별 임금 개선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갔으면 좋겠다.”

송재근 이중임금제 철폐 대책위 총무는 “이런 토론회의 열기를 모아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운동을 건설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동의하고, 그 자리에서 발표자들을 준비위 의장으로 추대해 ‘차별 임금 철폐 투쟁위원회(준)’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신입사원들과 특별채용자들이 함께 임금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정부와 사용자들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기 위해 임금체계 개악과 각개격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이에 맞서 신입과 고참, 비정규직과 정규직, 남성과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단결해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