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자녀 비하 발언 익산시장 규탄집회:
이주여성 500여 명이 모여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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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국회 앞에서 다문화가족 이주여성 약 500명이 모여서 집회를 했다. 얼마 전 다문화가족 자녀를 ‘잡종, 튀기’에 빗대는 발언을 한 정헌율 익산시장의 사퇴와 이런 망언을 규제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집회는 활력이 넘쳤다.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차별,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평등을, 원해 원해’라는 구호를 쉴새 없이 외쳤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몽골, 우즈벡, 일본,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결혼 이주여성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준비된 발언을 마치고도 자유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발언에 나선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은 여성들이었다. 17년에 이른 분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뿌리를 내리고 기여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요 공직자가 다문화가족을 이루고 있는 이주민들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한 것에 분개했다. 특히 이런 차별과 냉대가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했다.
“한국에도 옛날부터 외국인이 건너 와 결혼을 했다. 전 세계 모두 ‘잡종’이다.”(우즈벡 출신 이주여성)
“[내국인 아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도 공평하게 보호해야 한다. 공평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빠들도 같이 참석하길 바란다.”(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반가를 내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 직장 때문에, 아이 때문에 못 나온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국적과 상관 없이] 우리는 모두 위대한 엄마다. 정헌율은 한국 같은 선진국에 자격 없는 시장이다.” (중국 출신 이주여성)
“한국 생활 12년차다. 행복해지기 위해 왔다. 동물에게 쓰는 말[튀기]을 우리에게 쓴 것에 분노한다. 나도 사회에 기여하려고 열심히 산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헌율이 소속된] 민주평화당은 사과해야 한다.”(키르기스스탄 출신 이주여성)
강원도 원주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의 남편도 무대에 올라 발언을 했다.
“중국인 아내와 결혼 12년차다. 평소 특별히 다문화가정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가족 사진을 옷에 붙이고 오려 했는데, 언론에 보도되면 차별, 멸시를 받을까 봐 아내가 떼라고 했다. 이런 현실이 마음 아팠다.”
안산에서 온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발언을 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너무 화가 나서 학교에 ‘휴가’를 내고 왔다. 다문화 아이가 잡종이라면 익산시장은 잡종보다 못한 사람이다. 사퇴하라.”
집회 후 집회를 주최한 13개 이주여성 관련 단체들은 민주평화당 당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주민을 차별하는 현실에 분노해 나선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