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 기획 연재④:
이주여성의 차별받는 현실
〈노동자 연대〉 구독
한국에 사는 15세 이상 이주민 수는 138만 명이고, 이 중 여성이 45퍼센트를 차지한다(63만 명). 여성 이주민의 절반 이상이 노동시장에 진출해 여러 방면에서 기여하고 있지만, 여성 차별과 이주민 차별을 겪으며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다.
경제 활동을 하는 이주여성 중 절반은 중국동포로, 음식·숙박업, 가사·육아, 간병 등의 업종에서 주로 일한다. 코로나19 이후 중국동포의 국내 취업이 감소하자 국내 가사노동자와 간병노동자가 부족해졌다. 이들의 노동이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오래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재보험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017년 중국동포 가사노동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62퍼센트가 하루 16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74.2퍼센트의 노동자가 2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여성들은 사업장 변경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임금 체불이나 폭행당한 사실을 노동자가 입증하거나, 사장이 허락해야만 한다. 노동자들이 마음대로 사업장을 바꾸면 비자를 잃어 미등록 상태가 된다.
최근에는 열악하고 위험한 숙소 문제도 널리 폭로됐다. 농촌에는 가건물 숙소가 흔하고, 심지어 잠금 장치가 없는 경우도 있다. 2020년 한파 속 가건물 숙소에서 살던 캄보디아 이주여성 노동자 속헹 씨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정부는 속헹 씨 사망 이후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형편없는 숙소에 살면서도 노동자들은 월 10~20만 원의 숙소비를 월급에서 떼이고 있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사장이나 관리자의 성범죄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포천의 한 공장에서 사장이 사장실에서 직원 샤워실을 볼 수 있게 특수 거울을 설치해 불법 촬영한 충격적인 사례가 보도됐다.
고용허가제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려면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는 고용허가제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주여성들은 가족센터, 다누리콜센터 등 공공기관에서도 일한다. 이들은 여기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상담, 통·번역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 산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아무리 오래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밖에 못 받는다. 호봉제를 적용받는 내국인과 달리, 저임금의 직무급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2020년 ‘공공기관 상담 통번역 이중언어 관련 이주여성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퍼센트 이상이 비정규직이었고, 86.8퍼센트가 급여 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평등한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가 주장하듯, 차별을 중단하고 ‘진짜 사장’ 정부가 책임지고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
차별
2020년 한국의 결혼이민자의 다수가 여성이다(전체의 81.1퍼센트, 13만 7000여 명). 결혼이주여성들은 체류자격이 사실상 한국인 남편에 달려 있어 취약한 처지에 놓이기 쉽다.
결혼이주여성들은 3년마다 한 번씩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데, 정부가 ‘위장 결혼’을 막겠다며 ‘혼인의 진정성’을 따진다. 조사 때 남편이 이주여성에게 불리하게 증언하면 비자 연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혼 시에도 남편의 귀책사유를 증명해야 체류 연장이 가능한데, 육아와 임금노동을 하느라 한국어를 배우기 어려운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폭력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7월 베트남 여성이 남편에게 심한 폭행을 당한 영상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는 결혼이주여성 42.1퍼센트가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체류 자격이 자녀 양육이나 한국인 배우자 동거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게 큰 문제다. 한국인 배우자와 무관하게 한국에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도록 체류권을 보장해야 한다. 약 18개월이나 걸리는 혼인귀화심사 기간(양육 중인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경우)도 단축돼야 한다.
단결
이주여성들의 열악한 처지는 내국인·남성 노동자들이 아니라, 그들을 싼값에 부려먹거나 노동력 재생산에 이용하는 지배계급에게 이롭다. 그래서 지배계급은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기 위해 여성·이주민 차별을 부추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은 여가부 폐지 등을 공약하며 여성 차별을 부추겼고, 이주민이 건강보험을 악용한다는 식의 글을 SNS에 올리며 인종차별도 부추겼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도 이미 2019년에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를 개악했다.
이런 시도는 경제 위기 때 대중의 불만을 지배계급이 아닌 이주민들에게 돌리고, 이간질을 통해 노동계급의 전반적 조건을 악화시키려는 것이다. 특정 집단이 복지를 부정 수급한다는 주장은 전반적인 복지 축소를 정당화하는 단골 메뉴로 이용돼 왔다.
노동계급이 성별과 출신국을 넘어 계급적으로 단결해 지배계급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