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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포항지부 투쟁 승리:
화물차 통행을 막아 운송료 인상을 쟁취하다

포항의 화물 노동자들이 운수회사들의 운송료 삭감 시도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해, 파업 5일 만에 승리했다.

매일 화물 수십 톤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이 한 달에 받는 운송료는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서 차량 할부금으로 매달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400만 원을 지불하고 나면 정작 주머니에는 100만~200만 원 밖에 남지 않는다. 6년 할부가 끝난 뒤에도, 매일 수백 킬로미터 주행으로 노후화된 차량은 한 번 수리할 때마다 100만~200만 원이 우습게 나가니 형편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당하는 부당한 처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후를 대비할 퇴직금도 없고, 행여 일하다 다쳐도 산재처리조차 되지 않는다. 나이 들거나 다치면 그야말로 살길이 막막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포스코가 협력업체(운수회사)들을 대상으로 물량을 입찰하는 과정에서 지난해보다 1.5~4.5퍼센트나 삭감된 운송료가 책정됐다. 기존의 운송료 — 서울까지 톤당 2만 원에서 2만 2000원 — 에서 1.5퍼센트만 삭감되더라도, 매달 임금이 16만 5000원(월 20일 기준) 줄어든다.

포스코 측은 최저입찰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입찰 과정에서 포스코가 종전 운송단가보다 5퍼센트 낮은 수준의 하한선을 제시했고, 이것은 사실상 운수회사들의 저가 입찰을 유도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저가 운송료로 낙찰되더라도 운수업체의 이윤은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종전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송료 삭감의 피해는 고스란히 화물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더구나 포스코의 운송 단가는 그 지역 운송료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포스코의 운송료 삭감은 포항 지역 전체 화물 노동자들의 운송료를 그만큼 끌어내리는 효과를 낸다.

노동자들은 가뜩이나 불황으로 물동량마저 줄어 정말로 한 푼도 아쉬운 마당에, 운송료를 더 깎아 내리려는 시도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물량 입찰 이틀 뒤인 6월 28일 화물연대 포항지부 조합원들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문 앞에 모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즉각 파업에 돌입하는 동시에 화물차의 출입을 통제했다. 매일 600대의 차량으로 물량을 출하하던 포항제철소 3문은 노동자들의 통제로 하루에 60대만 통행할 수 있게 됐다.

선재(철강 제품의 한 종류)공장의 경우, 파업 이틀 만에 평소 저장량 5만 1300톤을 훨씬 상회하는 6만 3000톤의 물량이 쌓였다. 조합원들이 단호하게 투쟁에 나서자, 낮은 운송료에 불만을 키워 온 동료 노동자들의 지지와 동참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결국 파업 5일째인 7월 2일 운수회사들이 4.5퍼센트 수준의 운송료 인상을 약속한 뒤에야 파업은 마무리됐다. 직접 협상장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갈수록 기세가 오르는 파업으로 손실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한 포스코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임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삼성과 함께 무노조 경영의 쌍두마차로 불려 온 포스코는 2018년 9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설립된 뒤에도 온갖 노조 탄압으로 지탄의 대상이 돼 있다. 포스코 제철소가 있는 포항과 광양의 플랜트건설 노동자들도 협력업체들을 앞세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포스코에 맞서 수년째 투쟁하고 있다.

이번 포항 화물 노동자들의 승리는 포스코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다른 부문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더해 줄 것이다.

한편, 이번 포항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은 화물 노동자들이 십수 년째 요구해 온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을 다시금 보여 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들이 과로와 사고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할 최소한의 운임 수준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의 성과로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안전운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BCT) 화물차에 국한해 3년간만 시행된다.

이번에 포항에서 파업을 벌인 화물연대 조합원은 대부분 트레일러, 카고 차량 운전자이다. 즉, 대부분 안전운임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된다면, 사측이 이번처럼 운송료 삭감을 시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화물 노동자의 안전을 통해 도로의 안전도 도모한다는 본연의 취지를 실현하려면, 마땅히 모든 화물 노동자에게 안전운임제가 적용돼야 한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지난 6월 1일에 부산항에 이어 7월 6일에도 충북 단양에서 안전운임제 전면 시행을 촉구하는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내년부터 시행될 안전운임과 안전운송원가를 심의·의결하는 ‘안전운임위원회’가 7월 들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을 겨냥한 집회이다.

노동자들은 10월 31일 공표되는 안전운임이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면 파업을 불사하며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투쟁은 화물 노동자뿐 아니라 도로 안전을 바라는 모든 이들을 위한 투쟁이다.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