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건설업 취업 금지한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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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7월 1일부로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의 건설업 취업을 금지했다.
7월 8일 난민과함께공동행동과 이주공동행동 주최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난민법 개악을 추진하려 했었다. 그런데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하반기로 미뤄 둔 상태다. 그러고서는 공개적 갑론을박을 피해 내부지침 변경으로 난민들을 더한층 옥죄고 있다. 난민 건설업 취업 금지 조처가 그런 사례다. 7월 1일부터 난민들에게 각종 체류 관련 허가 수수료도 받기로 했다. 이중 취업과 관련된 허가 수수료는 12만 원이나 된다. 또한 건강보험을 체납한 이주민의 비자 연장을 제한하겠다고도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조처가 ‘국민 일자리 잠식’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자회견 주최측은 정부야말로 일자리를 위협하는 장본인이라며 이번 조처가 “간악한 희생양 삼기”라고 일갈했다.
“정부가 난민의 건설업 취업을 금지한 바로 그 7월 1일, 자회사 전환에 반대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1500명이 대량 해고 된 것을 보면 도대체 누가 일자리를 위협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건설업 취업 금지 방침이 알려진 후 곳곳에서 난민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속출했다.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언어장벽 등으로 가뜩이나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든데, 건설업에서 어렵사리 취업한 난민들이 쫓겨나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한 예멘 난민은 이런 현실에 직면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증언했다.
“2017년 10월에 온 후 나는 3개월씩 체류를 연장하며 살아 왔다. 지난 3개월간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월급을 못 받았다. … [그러다] 6월 말에 건설업 공장에 취업돼 기뻤다. 그런데 7월 1일부터 일을 못 한다고 한다. … 열심히 일해서 예멘의 굶고 있는 식구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지난해부터 난민 지원 활동을 적극 벌여 온 한국디아코니아 대표 홍주민 목사는 “현 정부는 난민 혐오 정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 정부는 부끄럽게도 1년 전 한국 땅에 난민 신세로 온 예멘 청년들에게 너무도 무관심하다. … 이제는 아예 대놓고, 정부 차원에서 난민 무시와 혐오를 제도화하고 있다.
“얼마 전 중동의 학살자 사우디 왕세자 빈살만을 극진히 대접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평화를 진짜 원하는가? 그렇다면 학살자의 손이 아니라 여기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퀭한 얼굴로 죽음의 사선을 넘어 온, 그리고 온 몸으로 노동의 바다에 뛰어든 예멘 친구들의 눈을 정시하시라.”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난민·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난민·이주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내국인 노동자들이 하기 꺼려 하는 일들이다.
“2018년 이주노동자들의 경제 생산 효과가 86조 원이다. 또 2017년에 이주민이 낸 세금이 1조 2000억 원이다.
“우리는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한국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사람들이고 한국의 구성원이다. 한국 정부는 차별적인 정책들, 혐오 발언들을 중단해야 한다.”
임금체불
건설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와 난민들을 다수 상담해 온 김승섭 노무사 역시 임금체불 등 난민과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을 전했다. 그리고 이들이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베트남 이주여성에 대한 남편의 끔찍한 폭행이 보도돼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 이주공동행동 임준형 집행위원은 그 배경에 이주여성을 남편에게 종속시키는 잘못된 정부 정책이 있음을 지적했다.
“결혼 이주여성은 영주 자격을 얻거나 귀화를 하기 전에는 배우자(주로 남편)의 신원 보증이 있어야 체류 자격을 갱신할 수 있다. 남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배우자와의 갈등이나 이혼으로 체류를 연장하지 못해 미등록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결혼 이주여성들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도 참고 견디며, 어디 하소연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꺼리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차별을 없애 난민·이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는커녕,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난민들을 더 큰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
참가자들은 정부에 “건설업 취업 제한 등 난민을 옥죄는 비인도주의적이고 야만적인 정책들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난민·이주민들에 대한 이러한 공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과 고용 위기,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불안정 심화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기업 이윤 회복 지원이 정부의 가장 우선적 과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과 저항도 커지고 있다. 난민·이주민에 대한 공격은 바로 이런 커지는 저항을 무마하고 불만의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려 책임을 피해가려는 시도 중 하나다.
따라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난민을 희생양 삼으려는 정부 정책에 맞서 노동자와 피억압 대중이 난민을 지켜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