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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가?

문재인 정부는 취임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미얀마 건설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지만 단속을 멈추지 않고 있다.

또 같은 해 7월에는 방학을 맞아 학비를 벌기 위해 상하수도 매설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을 단속반이 집단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정부는 반성은커녕 12월에 유학생의 건설업 취업을 금지했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난민신청자와 인도적체류자의 건설업 취업을 금지했다.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언어장벽 등으로 가뜩이나 취업이 힘든 난민들의 숨통을 더욱 옥죄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비인간적인 조처를 취할 때마다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의 몇 가지 사건만 봐도 정부의 이런 주장은 완전한 위선임이 드러난다. 예컨대 정부가 난민의 건설업 취업을 금지한 바로 그날,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1500명이 자회사 전환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대량 해고됐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또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대우조선 매각과 이와 연동된 현대중공업 기업분할은 두 기업에서 해고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인력이 필요한 곳에서도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9명이 과로로 사망한 집배원들의 인력 충원 요구를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에 상정돼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안도 공짜로 더 오래 일 시킬 수 있게 함으로써 인력을 충원할 필요를 감소시킨다.

한쪽에서는 실업으로, 다른 쪽에서는 과로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이윤을 지키려고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에 대한 반발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자 이주민을 ‘일자리 도둑’으로 모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의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면 이주노동자 유입과 실업은 관계가 없거나 그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이주민 유입과 실업자 수, 실업률을 비교한 통계를 살펴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이주민의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실업자 수 증가는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실업률은 등락을 거듭했다. 2010 ~ 2013년에는 이주민이 증가하는 동안 실업자 수와 실업률이 오히려 감소했다.

사실 조금만 눈썰미가 있다면 실업자 수와 실업률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이주민 유입이 아니라 경기 변동이라는 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실업률이 올랐다. 이후 중국 경제의 호황 덕분에 한국은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고 그 기간 동안 실업률은 떨어졌다. 그 뒤 2014년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며 세계경제가 위축되자 한국도 저성장이 지속되며 다시 실업률이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e-나라지표 일반고용동향, IOM 이민정책연구원 〈한국의 이주동향 2018〉

이는 역사적 경험과도 일치한다. 서구에서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이주민은 크게 줄었지만 대량 실업을 겪었다. 반면 1950~60년대 자본주의 경제의 황금기에는 (독일로 간 한국 노동자들을 포함해) 유례없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됐는데도 거의 완전고용을 달성했다.

이처럼 실업의 책임은 이주민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위기와, 이윤을 지키기 위해 해고와 임금 삭감 등으로 그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기업주들과 정부에 있다. 이주노동자·난민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경제 위기 시기에 지배자들의 공격을 받는다는 점은 이주민들도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IMF 위기를 전후해 1997년 24만 5000명이던 이주노동자 수는 1998년 15만 8000명으로 급감했다. 저임금으로 내국인을 대체하기는커녕 해고되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떠난 것이다.

인구론

흔히 일자리 수가 고정돼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이주노동자 유입, 즉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보게 될 것이다. 지배자들은 이처럼 정해진 몫을 노동자들끼리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하려 항상 애쓴다.

사실 이런 생각의 기원은 악명 높은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그는 인구가 식량과 생필품 생산보다 항상 빨리 증가한다며 가난한 사람들을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맬서스의 ‘이론’이 인간을 식량과 자원을 먹어 치우는 해충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실제로 맬서스 이후로 인구는 훨씬 늘었지만 사회의 부도 함께 늘어났다.

자본주의에서 이주민이 유입된다는 것은 부를 생산할 노동자도 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이 국경을 넘는 것은 경제에 이롭고 이주노동자·난민이 국경을 넘는 것은 사회의 부와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주장은 자본주의 체제의 거꾸로 된 세계관 — 부를 창출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 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IOM 이민정책연구원은 2016년에 이주노동자가 생산 효과 54조 6000억 원, 소비지출 효과 19조 5000억 원 등 총 74조 1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일으켰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 효과〉).

즉, 결코 사회적 부가 부족하거나 그에 따라 일자리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윤 경쟁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체제에서, 특히 경제 위기 시기에 기업주들과 정부가 끊임없이 노동자 몫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 실업과 임금 삭감, 복지 부족의 진정한 원인이다.

따라서 이에 맞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싸우는지에 따라 일자리 수가 달라질 수 있다.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노동자들이 단결해 기업주와 정부에 맞서 싸우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일자리를 지키는 데 해롭다.

이주노동자·난민의 유입을 막거나 모두 쫓아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자본가 일부도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원하기 때문에 정부가 일관되게 유입을 막을 리도 없다. 법무부가 이주노동자의 건설업 취업을 문제 삼는 동안에도 고용노동부는 주로 중국동포가 대상인 방문취업제 비자 쿼터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 그런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난민의 내국인 일자리 잠식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규제와 통제를 강화하는 조처들은 이들의 고통을 배가할 뿐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난민이 고용주에게 더욱 의존하고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게 만들 뿐이다. 이는 곧 내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대안은 지배자들의 이간질에 반대하고 일자리와 임금 등 공격에 맞서 내국인과 이주민이 단결해 투쟁하는 것이다. 특히 노동조합 안의 좌파적 활동가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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