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항쟁:
항쟁 지도부의 배신적 타협으로 군부가 권력을 부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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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항쟁 지도부가 성취할 수 있고 성취해야 하는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형편없는 타협안에 손을 들어줬다.
7개월 동안 수많은 수단인들이 민간 정부 수립과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어마어마한 용기를 발휘해 왔다.
이번 합의는 수단인들의 요구를 전혀 이루지 못한다. 이번 합의는 거의 2년을 사실상 군부 통치 하에서, 3년 이상을 선거 없이 지내야 함을 뜻한다.
이번 합의는 군부에게 전열을 가다듬고 파업과 시위를 끝장내서 지배력을 굳힐 기회를 준다.
4월에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가 퇴진한 후 수단을 통치한 무장 세력인 과도군사위원회와 항쟁 측인 ‘자유와 변화를 위한 연합’은 7월 5일에 합의를 맺었다.
합의에 따라 핵심 통치 기구인 통치위원회가 수립될 것이다. 통치위원회는 군부 측 위원 5명, 민간 측 위원 5명, 군과 민간이 함께 선정하는 위원 1명으로 구성된다.
군부와 민간인 지도자들이 차례로 이 위원회를 운영해 향후 “3년 혹은 조금 더 오랫동안” 수단을 통치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민정이양을 한다는 것이다.]
첫 21개월은 군부가, 이후 18개월은 민간인이 통치위원회를 주도한다. 민간인 차례가 오기 전에 군부가 위원회를 해산해 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6월 3일 하르툼 광장 점거 침탈 및 학살 사건을 조사할 “전국적 조사위원회”도 수립될 것이다. 그러나 군부는 이 조사위원회에게 학살의 진정한 책임자를 밝힐 실질적 권한을 일절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와 변화를 위한 연합’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오늘 합의는 혁명이 추구한 목표의 적용과 구현으로 가는 관문이다. 몰락한 알바시르 정권의 탄압에 쓰러지지 않은 전국의 모든 세력들과 널리 힘을 함쳐 우리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이다.”
약속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도 하르툼 알사하파 지구에서 이 합의에 대해 토론하는 군중들 사이에 있었던 무함마드 이스마일은 이렇게 말했다. “과도군사위원회에게 더 많은 보증을 받아냈으면 합니다. 군부는 여러 번 권력 이양 약속을 뒤집었습니다.”
수단의 정치 평론가 홀루드 카이르는 이렇게 말했다. “통치위원회를 군부가 먼저 운영한다는 것은, 권력을 공고히 하고 권좌를 지킬 것이며 통치위원회를 지렛대 삼아 권좌를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군사 정권에 맞서 싸운 몇몇 무장 단체는 이번 합의를 거부했다. 수단혁명전선은 이번 합의가 알바시르 체제의 연장으로 귀결될 것이며 “썩은 생선을 그릇만 바꿔 담은” 격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무장 단체는 이번 합의가 “형편없는 흥정”이며 “혁명과 순교자들이 흘린 피를 배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를 지지하는 항쟁 세력들이 합의 타결을 지지하며 거리로 나와 환호했을 때부터 군부는 본색을 흘낏 내비쳤다.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 독립언론 〈라디오 다방가〉는, 군부가 지휘하는 악명 높은 무장 조직인 신속지원군 병력 일부가 합의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실탄과 최루탄을 쐈다고 보도했다.
가장 우려스런 징조는, 과도군사위원회 부의장[이자 신속지원군의 수장]인 중장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가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는 것이다. 이 살인마 깡패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털끝만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와 다르푸르 지방을 연구한 프랑스인 역사가 제라르 프루니에는 이번 합의가 “군부의 시간 벌기”이며 국외의 반동적 세력들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TV 뉴스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프루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과도군사위원회의 이해관계에 맞는, “돈으로 뒷받침한 조언”을 과도군사위원회에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와 변화를 위한 연합’ 지도자들은 앞으로도 대중 집회와 포럼 등으로 대중과 계속 관계 맺고 군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중 시위와 파업이 취소된 지금 그런 말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용기 있고 영감을 주는 수단 항쟁의 참가자들은 이 합의보다 더 나은 것을 누려야 마땅하다. 과도군사위원회는 격퇴의 대상이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이 계속 권력을 부지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