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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폭행 사건:
체류 위해 남편에 의존해야 하는 제도가 낳은 비극

7월 5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남편이 가혹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SNS에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폭행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피해 여성은 이번 폭행으로 갈비뼈와 손가락이 부러져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가해자는 구속됐다.

2017년 국가인권위가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38퍼센트가 폭력 위협을 당했으며 심지어 약 20퍼센트는 흉기 위협을 당했다.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41.3퍼센트), 생활비나 용돈을 주지 않음(33.3퍼센트), 성행위 강요(27.9퍼센트) 등의 고통도 겪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배경에 결혼이주여성의 불안정한 체류자격 문제가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법무부는 2011년에 결혼이주여성의 체류기간 연장이나 영주 신청시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서를 제출하는 제도를 폐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체류자격 갱신·변경시 남편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신원보증을 요구받거나 결혼의 ‘진정성’을 남편에게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결혼이민(F-6) 비자는 1~2년에 한 번씩 체류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 그래서 안정적 체류를 위해 영주나 귀화를 신청하는 이주여성도 있다. 이런 경우 남편에 대한 의존은 더 커진다. 예컨대 영주와 귀화를 하려면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자의 지원이 없으면 빈곤한 결혼이주여성들은 신청하기가 어렵다.

특히 이혼한 경우에 그 주된 책임이 배우자에게 있음을 이주여성이 재판에서 입증해야만 체류연장, 영주, 귀화 신청이 가능하다. 이 점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매우 큰 고통이다. 입증 자료나 근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등을 경찰에 신고해도 가정사로 취급해 기소하지 않아 기록이 남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협의 이혼인 경우 자녀가 없으면 더는 체류할 수가 없고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미등록으로 남아야 한다.

그래서 결혼이주여성들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도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고, 어디 하소연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꺼리게 된다. 또 이런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결혼이주민이 매해 1000명씩 미등록 체류자가 되고 있다.(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법무부 설명 자료에 대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유감 표명 및 질의’)

안정적 체류 보장하라

이런데도 지난해 정부는 영주권을 10년마다 갱신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악했다. 이제 이주여성들은 영주권을 얻어도 안정적 체류를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올해 4월 정부는 다문화가정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여성가족부 실태 조사를 보면, 다문화가구의 32퍼센트가 월평균 가구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말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정부는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반대 세력이 한창 목소리를 높이던 때 올라온 청와대 청원들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그 청원들은 서명자 수가 고작 수십에서 수백 명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자유한국당 같은 보수 정당도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가해자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황교안이 이주노동자가 한국 경제에 기여한 게 없다고 막말했을 때, 이를 감싼 당이 진정성이 있을 리 없다. 민주당도 “엄정 수사”를 촉구했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의 온갖 인종차별적 조처들을 비판한 적이 없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이주여성에게 안정적 체류를 보장해서 이런 끔찍한 일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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