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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유럽 위기 때문에 출렁이는 영국 파운드화

지난주 보리스 존슨이 영국 총리로 취임했을 때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그러니까 존슨의 총리 취임과 무관하게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는 말이다.

파운드화가 외환시장에서 상승한 것이다. 이게 기묘해 보이는 이유는 파운드화가 존슨의 총리 관저 입성 이후 하락한다는 예측 때문이다. 존슨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유럽연합이 거부하면(아마 그럴 텐데) 유럽연합을 아무런 협상 없이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경제에 상당한 혼란을 일으킬 것임을 고려하면 시장이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하리라 예측할 법도 하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유로화 대비 파운드화는 오히려 “5월 이후 가장 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시장이 존슨을 신뢰했기 때문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유로존이 처한 지독한 경제적 곤경이다. 존슨이 총리 자리를 넘겨받은 다음 날, 훨씬 강력한 인물인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가 단독 기자회견을 열었다.

드라기는 10월에 은퇴할 예정이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지는 않을 모양이다. 그는 2012년 취임 이래 줄곧 추구한 해법을 따라 유럽중앙은행이 금융 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제에서 강세의 징후가 여전히 보인다. ⋯ 그러나 동시에 전망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점점 나빠지고 있다. 제조업이 중요한 국가들의 전망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하지만 가치사슬 때문에 이런 전망이 유로존 전역으로 퍼지고 있기에, 경기 악화 전망은 반드시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그 이유는 내가 여러 번 언급했듯 무역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과 연관이 있고 우리가 몇 달째, 아니 1년 넘게 경험하고 있는 전반적인 불확실성에 있다.”

드라기의 비관을 증명하려는 듯 바로 그날 〈파이낸셜 타임스〉는 “독일의 공장 경영진들은 업계 상황이 ‘자유 낙하’ 중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독일경제연구소의 제조업 경기 기후 지수는 6월에 1.3이었는데 7월에는 마이너스 4.3으로 급락했다. 이 수치는 2007~2008년 금융 붕괴 이후 9년 만의 최저 기록이다.”

드라기의 발언은 2008년 붕괴 이후 모든 주요 중앙은행이 처한 곤경을 보여 준다.

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주요 기구가 된 중앙은행은 금융자산을 매입하고 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양적완화’]해서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려 했다.

그 후 중앙은행은 이러한 정책에서 발을 빼고자 노력했지만 여전히 경제가 취약해 그럴 수 없었다.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이를 보여 준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유럽중앙은행이 세운 목표인 1.9 퍼센트에 한참 못 미치는 1.3퍼센트에 그쳤다.

그러나 많은 논자들은 중앙은행이 그 다음 경기침체에 대처할 카드가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금리는 이미 너무 낮아서 더 낮출 수 없고, 중앙은행이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의 영역도 축소되고 있다.

드라기는 이런 점을 다음과 같이 드러냈다. “유로존 경제가 상당히 악화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아닌 정부의] 재정정책, 그것도 대체로는 일부 국가에서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 수준에서 상당한 재정정책을 펴야 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드라기는 다가올 침체에 대응해 정부 지출 증가를 주문하는 것이다.

문제는 유로존이 여전히 [경제 위기 초기] 십 년 전에 추진한 공공 지출 삭감 중심의 긴축정책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7월 25일 독일 재무장관 올라프 슐츠는 공공 지출은 물가 인상을 초래할 것이기에 “현명치 않다”고 했다. 아무것도 안 하려는 정치인과 신경이 곤두선 중앙은행이 빚은 교착상태는 신자유주의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파운드화는 어떻게 됐을까? 지난 주말이 되자 떨어졌다. 이번에는 달러의 강세 때문이다. 파운드화의 변동은 영국 내부 요인보다는 더 강력한 경제권에서 일어나는 일에 좌지우지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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