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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뿌리 깊은 신자유주의의 위기

과격한 인종차별 언사를 휘두르며 재선에 도전 중인 도널드 트럼프 ⓒ출처 백악관

한 주 사이에 신자유주의 질서의 위기가 급격히 심화됐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과격한 인종차별 언사를 동원하고, 민주당을 네 명의 진보 성향 하원의원 “패거리”라는 “붉은 군대”가 장악한 정당이라고 낙인 찍으며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유럽연합의 차기 집행위원장 [독일 전 국방장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이탈리아 우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중부·동부 유럽의 우파 정당들의 지지 덕에 간신히 당선할 수 있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옹호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논설위원 마틴 울프는 7월 16일에 소위 “건전한 세계화”에 관해 유감을 표하는 글을 썼다. 하지만 울프는 핵심 문제는 정치적인 데에 있다며 트럼프와 브렉시트 같은 동네북들을 두드린다.

그러나 세계화의 위기는 뿌리가 그보다 훨씬 깊다. 이는 2007~2008년 금융 위기와 뒤이은 대불황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 같은 경제적 격변이 몇 달 전 〈이코노미스트〉가 “슬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속도 둔화]”라고 부른 현상을 시작하게 했음은 여러 지표들에서 드러난 바 있다.

핵심 징후 중 하나는 국제 무역 성장세의 둔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정점일 때 국제 무역은 전 세계 국민소득보다 두 배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세계적 공급 사슬, 더 학술적으로 표현하자면 “글로벌 가치사슬”(GVCs)의 확대로 생산 과정이 초국가적으로 통합된 것의 반영이다.

울프의 동료이자 울프와 마찬가지로 〈파이낸셜 타임스〉에 소속된 기자 질리언 테트는 7월 18일에 금융 위기 이후 변화를 다룬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썼다.

테트는 이렇게 썼다. “2000년대 초 세계 무역은 매년 8퍼센트 가까이 성장했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 증가 속도보다 두 배 빠른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는 2019년 무역 성장률이 2.6퍼센트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GDP 성장 전망치와 같은 정도다.”

금융의 구실

테트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특히 대(對) 중국 무역전쟁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테트가 인용한 국제결제은행 경제자문위원 신현송의 연구 결과는 그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신현송은 이렇게 밝혔다. “2000~2008년에는 세계적 공급 사슬이 두드러지게 활발히 작동했다. 실제로 GDP 대비 총수출은 누적 백분율로 16퍼센트가 뛰었는데, 중국과 서방 사이의 공급 사슬이 긴밀하게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캘리니코스] 2009년에 총수출은 회복됐지만 2007년 이전의 성장률 수치로는 결코 회복하지 못했다.” 신현송은 세계적 공급 사슬의 성장에서 금융이 한 구실을 크게 강조해 설명했다.

신현송은 이렇게 주장했다. “기업들은 공급 사슬을 돌리기 위해 막대한 운전[영업]자본이 필요했다. 그 운전자본 중 약 3분의 2는 대개 자기 자산에서 나왔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은행과 비은행 금융권에서 나왔다.

“2007년 이전 신용 호황기에는 기업들이 운전자본과 무역금융을 구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그 후에는 은행들이 돈줄을 틀어쥐었다. 부분적으로 이는 금융위기 후 규제 때문에 서구 은행들이 그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대한 대가가 커진 탓도 있다. 그러나 초저금리 때문에 은행들이 자산에 타격을 입고 약화한 것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금융 체제, 특히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과 그림자 금융권이 투기 거품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생산과 무역을 투기 거품에 어떻게 빠뜨리는지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통찰이다.

테트가 지적했듯, “연구 결과를 보면 2007년 이전 신용 거품은 주택 가격 상승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무역과 글로벌 가치사슬에서도 거품이 형성되는 데에 일조했음을 알 수 있다.”

테트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이 거품이 아직 꺼지지 않은 만큼, 세계적 무역 급등이 단기간 안에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일 듯하다. 심지어 모종의 기적이 일어나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끝낸다 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말로는, 세계경제와 금융이 위기에 빠진 2007~2008년 이래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박살났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몇 년간의 정치적 혼란의 근저에는 경제적 모순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와 그 복사판 [영국 보수당 신임 대표] 보리스 존슨 같은 자들의 인종차별에 맞서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또한 정말이지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경제적 대안을 발전시키기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