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각에서 노무현은 열린우리당 전 원내대표 천정배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민변 인권변호사 출신의 전력 때문에 천정배에 대한 여러 가지 기대가 있지만 현실에서 그의 운신의 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조차 일관되게 추진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작년 연말에 그는 우파의 압력에 굴복해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의 개혁입법들을 누더기로 만든 바 있다. 결국 그조차 좌절돼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편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된 이재용은 작년 대구에서 열우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졌고 2002년 대구시장 후보 시절에는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현재도 운영중인 러브호텔에 대한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경력쌓기”와 영남 지역에 대한 “정치적 안배”로 환경부 장관을 임명하는 노무현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잘려나간 줄 알았던 노무현의 측근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교육부총리를 하다가 선거에 나가 참패한 윤덕홍은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자리를 차고 앉아 있고 부안 사태로 행자부 장관을 그만 둔 김두관도 선거에서 떨어진 후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고 있다.

재경부 장관을 하다 그만 둔 김진표는 교육부장관을 맡고 있고 철도와 아무 관계없는 이철은 이번에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낙선자들과 심지어 여론에 밀려 자리에서 쫓겨난 자들까지 카드 돌려막기 하듯 주요 직책을 맡기는 노무현에게 남은 상환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