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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불안정, 부채 위기: 세계경제 또 위기 직면

최근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의 손실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 상품의 손실이 얼마인지,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했는지 등이 부각됐지만, 더 중요한 점은 손실의 원인이다.

문제가 된 상품은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의 금리가 안정권 내에 있으면 고수익을 보장하지만 예상 범위를 넘어서면 손실을 보는 구조다. 그러면 왜 선진국 경제의 금리가 예상을 벗어났을까?

9월 17일에는 미국에서 금융회사끼리 주고 받는 하루짜리 자금 금리가 10퍼센트로 뛰어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보통은 2~2.25퍼센트 수준인데 거래 시작 10분 만에 10퍼센트로 뛰었다. 중앙은행인 뉴욕연방준비제도가 약 63조 원가량을 긴급 투입하면서 진정이 됐지만, 이는 현재 경제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최근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역전되는 현상을 두고서도 전 세계 금융계는 불안감을 나타냈다.

채권시장에서는 보통 장기 채권(국채 포함)의 수익률이 단기보다 더 높다. 왜냐하면 기간이 길수록 빌려 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해 있고 미래 전망도 불투명하면, 장기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단기 국채 금리보다도 낮아지는 경우가 벌어진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돈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일본·독일 같은 국가들의 국채로 몰리면서 장기 국채 가격이 치솟는 것(금리 하락)이다. 그래서 장단기 수익률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미국의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이 벌어진 7번 중 6번에서 1년 이내에 심각한 불황이 나타났다. JP모건의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가 1년 이내에 심각한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40~60퍼센트라고 주장했다.

실물 경제 침체

이런 금융 불안정성의 이면에는 실물 경제의 여전한 침체가 있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위기를 진정시키려고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 등으로 금융권에 자금을 공급했다.

그럼에도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는 못했다. 이윤율이 매우 낮으면 금리를 낮춰도 투자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성장률 전망치들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9월 19일 OECD가 경제전망을 발표했는데, 선진국 중 경제 상황이 가장 좋다는 미국도 2.3퍼센트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이것은 지난 5월 전망보다 0.4퍼센트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OECD는 내년 성장률은 더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 경제들은 미국보다 더 못하다. 그나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온 중국 경제도 세계경제의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30년 만에 최저치인 6.1퍼센트 성장을 예상했다.

최근 중국 총리 리커창은 “중국 경제가 계속 6퍼센트 이상의 중·고속 성장을 유지해 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하고 말하기도 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다. 산업생산과 고용 등을 확대하는 투자는 수익률(즉 이윤율)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최근 세계 산업생산과 국내총생산 그리고 세계무역량 등의 실물 경제 지표가 하락하는 것은 투자가 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JP모건 조사를 보면, 세계 투자 증가율은 1퍼센트대로 하락했다. 향후 몇 분기 내에 전 세계 투자가 정체하거나 감소한다면 세계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2.5퍼센트로 주저앉을 것이다.(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9퍼센트, 내년에는 3.0퍼센트로 예상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이렇게 지적했다.

“2008년의 대불황이 끝났음에도 주요 경제에서 자본 수익율이 2006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 투자 증가율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주요 경제의 기업 이윤도 정체돼 있다. 세계 최대의 자본주의 경제인 미국에서 금융부문을 제외한 기업 이윤은 오랜 동안 하락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신문 헤드라인에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기업들의 엄청난 이윤에 대해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피라미드의 최상층에 있는 예외들이다. 바로 그 아래로 내려가면 많은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고 저임금 또는 임시직이거나 파트타임 노동자들을 더 많이 고용함으로써 간신히 이윤을 얻고 있다.”

즉, 낮은 이윤율이 투자의 감소를 낳고, 투자의 감소가 또 다른 불황과 고용 부진을 낳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같은 정책을 추진하지도 못했는데, 설사 했다 하더라도 경제를 회복시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임금 인상 등의 경기부양책은 경제 성장률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킬 수는 있어도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채 위기

게다가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낮은 이윤율 때문에 생산 부문으로 가지 않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다우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는 이유다.

그러나 금융 부문은 비생산적이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서 수익성을 보장해 주지 못하면 거품은 지속되기 힘들다. 최근 파생결합펀드 사태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불황이 온다면 주요 국가들이 저금리 정책과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면서 남긴 엄청난 부채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전 세계 부채는 2016년 이후 2년간 약 27조 달러 증가한 244조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 세계 GDP의 318퍼센트다. 전 세계 비금융부문 기업 부채는 73조 달러(GDP 대비 92퍼센트)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부문 부채는 2008년 대비 10퍼센트 증가한 60조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가계 부채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G20 중 일본 국가의 부채가 GDP 대비 234퍼센트로 가장 높다. 아베 정부는 국가 부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추가로 소비세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조처는 소비를 감소시켜 경제를 더 심각한 불황에 빠뜨릴 수 있다.

부채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그림자 금융과 부동산 거품 때문에 총부채가 317퍼센트에 이르고, 정부·지방정부·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부채도 250퍼센트 정도다.

그런데 저금리 때문에 더 증가한 부채가 큰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좀비 기업들이 파산하고 신흥국 중 일부 국가들이 디폴트를 선언하면 부채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고 금융 부문은 악성 부채로 인한 수익성 위기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향후 세계경제는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와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 같은 일들이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에 대해 관세 장벽을 높임으로써 무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를 가파르게 위기로 내몰고 이것이 세계경제를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

한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도 당분간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불황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일부 지역에서 정치적 격변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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