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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투쟁에서:
이주노동자 배척으로 일자리 지킬 수 없다. 외려 역효과

9월 19일 광주의 건설현장에서 한 건설 노동자가 고용 안정, 임단협 체결을 촉구하며 타워크레인 위에 올랐다. 이 노동자가 속한 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는 형틀목공, 철근공 등 토목건축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는 전국의 철근콘크리트공사 업체들과 2017년부터 임단협을 맺어 왔다. 그런데 올해 사용자들은 전에 없이 불성실하게 임단협 교섭에 응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주휴수당 지급 불가, 임금 동결, 포괄임금으로 시급제(2만 1000원) 전환과 같은 얼토당토않은 안을 내놓고 있다.

사용자들이 이런 안을 고수하는 바람에 결국 9월 16일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은 종료됐다. 노동조합은 9월 18일부터 현장투쟁을 전개 중이다. 광주의 타워크레인 고공농성도 그 일환이다.

광주의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타워크레인에 '외국인 불법고용 근절'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지부

그런데 안타깝게도 고공농성 중인 타워크레인에는 ‘외국인 불법고용 근절’이라는 요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요구에 대한 노동조합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건설업체들은 외국인(이주노동자)을 불법고용해 저임금, 장시간‧중노동을 강요함으로써 이윤을 쥐어짜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므로, 불법고용을 통한 불법다단계하도급을 근절하고 직접 고용해야 한다.’

사용자들이 이윤을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쥐어짠다는 것도, 불법다단계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도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외국인 불법고용 근절’을 요구하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분할 지배와 단결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 때마다 “이주민은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거짓말을 퍼뜨려 왔다. ‘이주노동자가 사라지면 내국인 건설 노동자들이 일자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부 건설 노동자들은 사용자들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임금 하락을 압박하고 당장 눈앞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이주노동자 유입을 막으면 노동조건 하락을 막고 고용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이주노동자 배척 행동으로 일부 사용자들이 ‘불법 고용’ 문제에 압박을 느껴 양보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일부 건설 현장에 국한되고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시안적인 대처다.

특히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건설 경기 악화 가능성도 상당하다. 정부와 건설 사용자들은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억누르기 위한 시도를 한층 더 강화할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 온 건설노조에 대해 조합원 고용 기피, 노동조합 활동 탄압과 같은 공격이 더 빈번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 대형 건설 사용자들 처지에서는 일부 건설 현장에서 ‘내국인 우선 고용’을 양보해 손해를 보더라도, 건설 노동자들 사이에 분열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공격할 수 있으므로 더 이익이다.

반면 이주노동자 배척은 노동자들의 의식과 조직에는 상당히 해로운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이익과도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손해다.

한 건설 노동자의 지적처럼 “우리보다 약한 처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을 배척하면, 향후 우리가 공격받을 때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편에 서지 않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사이에 분열의 틈이 벌어지면, 다른 여러 지엽적인 차이들도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이렇게 분열이 확대되면 건설 노동자들 전체의 힘과 조직은 약화돼, 사용자들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기는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런 협소하고 근시안적인 대처를 고수하기보다 더 많은 노동자를 노조로 조직하고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도 넓혀 나가는 것이 이로운 일이다. 이주노동자 배척 요구는 노조 조직 확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다른 노조나 노동·사회 단체들의 연대를 건설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조건에 있는 다른 건설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착취 받는 노동자들이고,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커다란 차별까지 겪고 있다. 즉 이들은 임금과 일자리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아니라 이 체제의 피해자들이다.

따라서 체제의 피해자들을 속죄양 삼을 것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사용자에 맞서 투쟁해 모두의 조건을 지켜야 한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더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조건 하락 압박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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