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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협력은 위험하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한나라당의 윤광웅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당이 한나라당에 반대해 옳게 표결했다는 견해와 열린우리당 ‘2중대’ 구실을 했다는 견해가 팽팽하게 충돌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윤광웅의 사퇴를 촉구하되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에는 기권했어야 했다. 또는 한나라당과는 완전히 다른 이유 ― 냉전우파적 근거가 아니라 군대 억압과 한국군 이라크 파병에 반대해 ― 에 근거해 독자적인 해임건의안을 제출해야 했다.

애초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에 반대하되, 윤광웅의 사퇴를 촉구하는 올바른 입장이었다.

한나라당이 냉전우파적 입장에서 해임건의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찬성해서는 안 되었다. 한나라당은 “주적 개념 삭제에 대한 비판, 냉전적인 악선전, 권위주의적 군 기강 등” “시대착오적인 시각”에 근거해 윤광웅을 해임하려 했다(민주노동당 의원단 브리핑).

모병제, 군대 민주화, 병사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해 왔던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에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봤을 때, 노회찬 의원의 한나라당 해임건의안 찬성 주장은 잘못됐다. 이런 이유로 노 의원은 표결 때 기권했다.

혹시라도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공조해 해임을 가결시켰다면 그것은 범죄적 오류였을 것이다. 우파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혜경 당 대표가 노무현을 만난 뒤 당 지도부는 윤광웅 사표 수리 요구를 철회함으로써 열우당과의 공조로 옮아갔다. 사실, 노무현의 회담 요청 목적이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김혜경 대표는 노무현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 결과, 당 의원단은 윤광웅 해임건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부르주아 개혁파에 기대어 우파의 공세를 저지하는 것은 당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노무현 탄핵 때처럼, 한나라당이 노무현 제거 후 국가의 핵심 지위를 장악할 현실적 위험성 같은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윤광웅 해임 논란은 더 넓은 정치적 배경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6월 30일치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모든 정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열우당의 지지율은 총선 이후 최저였다. 그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결과였다.

하루가 멀게 부동산 투기 근절을 다짐하는 정부에서 각료들이 부동산 투기에 연루돼 사임하는 일이 반복되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표현되는 경제 위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이 거세됐다.

전임 정부와는 달리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 믿었던 정부에서도 행담도와 유전개발 등 권력층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대선 때 “전쟁이냐 평화냐”를 선택하라며 기염을 토했던 노무현이 한국을 세계 3위 규모로 파병한 전범국으로 만들었고, 군대내 억압은 과거지사이기는커녕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비극적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대중의 정치 ‘불신’을 노무현에게 돌리기 위해 대중적 원성의 표적인 윤광웅을 속죄양 삼으려 했다.

그러나 윤광웅에게는 우리 운동이 방어할 만한 건더기가 조금치도 없다. 그 자는 우파처럼 굴다가 우파에게 미움을 산 한심한 작자일 뿐이다. 우리 운동도 그 자의 해임을 요구했어야 했다.

심상정 의원은 윤광웅 해임안 반대는 “사안별 공조”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더 포괄적인 프로그램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라는 주장도 했다.

종합해 보건대, 당 지도부 내에서 서로 다른 두 목소리가 있었던 듯하다.

열우당이 4월 재보선에서 완패하면서 과반의석이 무너지자 민주노동당은 일찌감치 사안별 공조(또는 캐스팅 보트 전략)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상정 의원은 6월 국회 평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노동당 10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 국회였다.” ‘사안별 공조’를 통해 쌀개방 협상 국회비준 저지, 암환자 무상의료 부분 관철, 방위사업청 신설 등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당이 독자적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기성 정당 비판을 회피하지 않는다면 전술적 공조가 문제 될 것은 없다.

반면, 천영세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을 표현했다.

“노무현 정부는 성공해야 된다. … 진보세력이 대안세력으로 바로 집권하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정책과 각론에서는 많이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차별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6월 8일 최고위원회 1주년 평가 워크숍)

천 의원처럼 생각한다면, 당과 열우당이 사안별 공조에서 그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부와 열우당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에 반대해 열우당과 포괄적인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목소리는 실천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비록 다른 근거에서였지만 노회찬 의원을 제외하면, 당 의원단은 모두 윤광웅 해임안을 반대함으로써 ‘노무현 구하기’에 가세했다.

물론 민주노동당과 열우당의 공조가 단선적인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한 인식이다.

정확한 인식은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독립성과 이른바 ‘개혁공조’ 사이에서 지그재그를 반복할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모순은 민주노동당이 어떤 시기에는 우파적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시기에는 좌파적일 수도 있음을 뜻한다.

계급 세력 균형이 이런 모순된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주의자들은 세력 균형이 피억압 계급들 쪽으로 전보다 비교적 이동하는 때에 당 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논쟁에 좌파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표결을 통해 기성 정치 체제 내에서 위상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일부 당원들은 기왕 캐스팅 보트를 쥔 마당에 ‘방위사업청 신설’은 ‘스몰 딜’이라고 불만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기성체제 내 위상 강화는 민주노동당의 기반인 노동계급 속에서는 위상 약화가 될 것이다. 열우당과 공조해 기성 정치 체제에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은, 다른 한편에서 그 당의 위기를 공동 책임지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값싼 대가가 아니다. 아주 값비싼 대가다.

노무현은 지금 잠시 숨돌릴 수 있게 됐지만, 말 그대로 잠시일 뿐이다. 그리고 경제 회복을 위해 노동계급의 생활수준을 공격할 것이고, (노동귀족이니 명분 없는 투쟁이니 하는 식으로) 노동계급의 명예를 야비하게 모욕할 것이다.

그런 노무현에게 우리 민주노동당이 왜 ‘인공호흡기’가 돼야 한단 말인가.

우리 민주노동당은 노동계급의 이익을 옹호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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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중앙위원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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