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협 노동자 투쟁:
삼계탕 만들어도 국물밖에 못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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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저임금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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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내 직영 식당과 카페 등에서 일하는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10월 6일 생협 노동자들이 소속된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이하 노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날 생협이 직영하는 모든 식당에서 점심이 제공되지 않았다.
벌써 두 차례나 휴게실에서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김우만 노조 쟁의부장은 “다음에는 생협 노동자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생협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은 실로 열악하다. 식당 노동자들은 고열과 습기 때문에 여름이면 땀띠가 온몸을 뒤덮고, 목, 어깨, 팔꿈치, 허리 등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더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생협 측은 직원 수를 140여 명에서 80여 명으로 줄여버렸다. 업무량은 별로 줄어들지 않아 그 고통은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저임금
이런 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생협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저임금에 시달려 왔다. 식당·카페 노동자들이 입사할 때 받는 월급은 약 183만 원으로, 딱 최저임금 수준이다.
생협 노동자들은 2년 전에도 파업에 나섰다. 파업의 성과로 기본급이 인상되고 명절휴가비가 신설됐지만, 생협 경영진은 특근을 줄이고 유연근무를 늘려 시간외수당을 빼앗았다. 생협 당국의 반격으로 월급이 파업 전보다 오히려 삭감된 노동자들도 있었다.
노조는 직급을 통합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직급은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인 1호봉에서 시작해 45호봉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일반 사원으로 입사한 40세 여성이 정년까지 근무해도 겨우 20호봉이다.” 높은 호봉을 받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반면, 중간 관리자들은 입사할 때부터 다른 직급에 속해, 대다수 노동자들의 초봉보다 월 123만 원이나 높은 임금을 받는다. 식당 노동자가 무려 36년 동안 일해서 호봉을 높여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차별
생협 노동자들은 “별도 법인” 소속이라는 이유로 식대와 명절휴가비 등 각종 복지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직종을 불문하고 서울대의 모든 직원은 정액급식비로 월 14만 원을 받지만, 생협 노동자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사측은 현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기만적인 변명이다. 한정된 수량만 판매되는 메뉴는 노동자들이 먹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점심 메뉴로 삼계탕이 나온 날, 정작 이를 열심히 만든 노동자들은 삼계탕 국물에 밥을 말아먹어야 했다(아래 사진). 생협 노동자들이 받는 대우의 수준을 이보다 잘 보여 주는 게 또 있을까?
노조의 임금체계 개편과 정액급식비 신설, 명절휴가비 인상 요구에 대해 사측은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거 생협의 영업이익이 흑자였을 때도 생협 경영진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강요했었다. 매년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이 ‘기부금’이란 명목으로 서울대가 운영하는 발전기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처럼 서울대 당국은 생협을 “이익이 나면 가져가고, 손해가 나면 외면”해 왔다.
그러나 구내식당, 카페 등의 운영은 학교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서울대 당국이 책임지고 마땅히 제공해야 하며,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노조에서 생협의 직영화를 꾸준히 요구해 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조는 부분파업에서 복귀한 뒤에도 “사측이 납득할 만한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다시금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세정 총장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생협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