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반(反)노동 공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적·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기업주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기로 마음먹고 급격히 친기업 행보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이 10월 8일 국무회의에서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애로를 해소하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바다.
문재인은 이 자리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와 규제 완화 등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4일 경제단체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제기된 주문에 화답한 것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해서는 하반기 국회에서 개악 입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동시에, 법률 통과 이전에라도 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의 개악, 지침 개정과 적극적인 친기업 유권해석 등의 방법으로 말이다. 국회 논의가 지연돼 기업주들의 “애로 해결”을 더는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탄력근로제 확대 주문은 주 52시간제를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기 불황 시기에 기업주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 주고 노동자들을 더 효과적으로 쥐어짤 수 있게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특별히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응해 관련 산업의 국산화를 촉진하겠다며 발의한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의 국회 통과를 강조했다. 이 법안은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평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전·환경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빗장을 열어 주고 기업 활동을 더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당·정·청은 지난달 26일 각종 규제 특별예외 조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8월 화학물질에 관한 안전규제를 완화한 바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개악을 더한층 밀어붙일 태세다. 조국 사태 등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국회 논의가 지연돼 왔지만,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은 모두 노동개악에서는 한통속이다. 재계의 강력한 입법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본격화되는 노동개악 공세에 맞선 노동자들의 광범한 항의가 조직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