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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브렉시트: 위기의 영국 정부,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월 17일 영국 총리와 유럽연합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지배자들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아래 논평이 쓰인 다음 날인 10월 22일, 영국 하원은 합의안 통과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표결을 한 동시에 정부의 10월 말 유럽연합 탈퇴 시도에도 제동을 걸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지금의 복잡한 국면을 설명하면서 좌파가 사람들에게 어떤 대안으로 다가갈지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흉내내기 좋아하는 처칠식 말투로 표현하자면,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가 좌절된] 10월 19일에 존슨은 ‘전투에서는 졌으나 아직 전쟁에서 패배하지는 않았다.’ 브렉시트 합의안도, 그의 총선 승리 전략도 아직 완전히 끝장나지 않았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인종차별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이다. 그렇지만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것도 대안이 아니다. ⓒ출처 영국의회/Jessica Taylor

브렉시트 합의안 문제를 먼저 살펴보자. 두 가지 중요한 쟁점이 있다. 첫째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더라도 남/북 아일랜드를 엄격한 국경으로 분단시켜서는 안 된다고 유럽연합이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 [북아일랜드는 곧 유럽연합을 떠날 영국에 속하고, 남부의 아일랜드는 유럽연합 회원국이다.]

[전 총리] 테리사 메이는 장기적인 무역 협정이 타결될 때까지 영국 전역을 유럽연합 관세동맹 내에 두는 것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려고 했다.

유럽연합 강경 탈퇴파들은 메이가 영국을 지나치게 유럽연합과 가깝게 두려 한다며 이런 방식에 반대했다. 존슨은 유럽연합의 원안(북아일랜드만을 유럽연합 관세동맹 내에 실질적으로 남겨 두는 것)에 굴복하는 것으로 이 문제에 대처했다.

이런 내용을 완화시키려 존슨은 북아일랜드가 영국 “관세 영토”에 속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이 북아일랜드를 남부의 아일랜드, 여타 유럽연합과 연결시켜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나머지 지역과 다른 지위를 갖도록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북 아일랜드 통일에 결사 반대하는 영연방병합당(DUP, 북아일랜드 우파 정당이자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은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메이가 이 방식을 거부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와 달리 존슨은 영연방병합당을 배신했다. 북아일랜드에 더 많은 예산을 약속하는 당근을 내밀기는 했지만 말이다.

보수당 내 강경 탈퇴파들은 이 배신에 불평 한마디 내지 않았다. 그들 지도부의 일원인 제이컵 리스모그는 몇 달 전만 해도 영연방병합당을 “영국의 통합을 지키는 수호자”라고 추켜세웠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이번 합의안의 둘째 쟁점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주요 관심사는 (브렉시트를 되돌리겠다는 망상을 제쳐 둔다면) 영국이 자신들의 무역 규정을 계속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영국이 완화된 노동·환경 규제를 무기 삼아 다른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템스강의 싱가포르”)에 반대의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다.

메이의 합의안대로라면 영국이 사실상 유럽연합의 규제를 받도록 돼 있었다.

싱가포르

보수당 우파는 메이의 합의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럽연합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된 “템스강의 싱가포르”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슨은 총리가 된 후, 유럽연합과 규제 문제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을 유지하겠다는 메이의 약속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해 왔다.

협상 과정에서 존슨은 일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존슨이 서명한 합의안은 메이의 합의안보다 법적 구속력이 덜하다. 존슨은 노동·환경 규제를 유지할 테니 자신의 합의안에 찬성하라고 종용하고 있고, 몇몇 노동당 의원(11명)은 그 약속을 믿는다.

존슨의 약속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영연방병합당의 사례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19일에 존슨이 표결에 실패한 이유는 바로 많은 의원들이 그를 믿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몇 주 전 통과된 법률에 따라, 존슨은 10월 31일 이후로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요청을 유럽연합에 마지못해 보냈다.

‘노 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유럽연합 탈퇴]가 더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재확인되면(아마 그리 될 듯하다) 하원의 팽팽한 균형이 합의안 통과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아마도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19일 [합의안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거나 유럽연합이 브렉시트를 막아 자신들을 구해 줄 것이라 꿈꾸는 유럽연합 잔류파들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차우가 말한 것처럼, “유럽대륙의 지배자들은 지금 보리스 존슨을 영국 정치의 거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그들은 정치적 동맹으로서 존슨을 필요로 한다.”

존슨이 실제로 “영국 정치의 거물”이 될 것인지는 총선(더는 미뤄선 안 된다)에 달려 있다. 존슨의 목표는 명확하다. 규제 없는 영국이라는 강경 대처주의자들의 꿈을 ‘영국의 독립’이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의회에 맞선 국민의 대변자인 양 행세하려는 것이다.

만약 노동당이 이번 합의안과 유럽연합 잔류를 놓고 두 번째 국민투표를 하자고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도살장에 제 발로 들어가는 꼴이 될 것이다.

그보다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안으로 노동당이 내놓은 경제 공약에 승리의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매우 위중한 정치적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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