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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집권 보수당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만남 차기 영국 보수당 당대표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왼쪽)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출처 백악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영국의 보수적 일간지 〈선〉과 인터뷰하며 보리스 존슨을 보수당의 “훌륭한 대표감”이라고 치켜세운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에 2016년 6월에 치러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환영했다.

같은 해 11월 영국의 극우 인종차별주의자인 나이절 퍼라지는 대통령에 당선한 트럼프를 만나러 뉴욕에 갔다. 트럼프는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나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같은 자들이 이끄는 유럽 극우 정부들을 적극 지지했다.

더 흥미로운 물음은 트럼프의 칭찬으로 보리스 존슨이 무엇을 얻느냐다. 보리스 존슨은 현재 가장 유력한 보수당 대표 후보다. 보수당 기층 당원들은 존슨이 영국과 유럽연합의 결별을 확실하게 하기를 기대한다. 합의 없는 브렉시트이더라도 말이다.

존슨이 그런 기대에 부응해 당대표로 당선하고자 한다면, 논리상 그는 미국을 가까이 하려 할 것이다. 영국은 1973년에 유럽경제공동체에 합류했는데, 그 뒤로 줄곧 유럽연합 안에서 미국에 가장 가까운 동맹자 구실을 했다. 이는 유럽연합 안에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03년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할 때가 그랬다. 그러나 전체로 보아 영국이 유럽연합 안에 있는 것은 영국 자본주의에 이로웠다.

그러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때문에 영국은 그럴 수 없게 됐다.

전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는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당 의원들에 영합하면서 2년을 보냈다. 그러다 메이는 지난해 여름에 깨달았다. 영국 대기업들은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더라도 회원국으로서 맺은 관계를 되도록 남겨 놓기를 바란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메이는 총리직을 그만둬야 했다.

메이가 유럽연합의 나머지 27개국과 만든 합의안은 기업들, 특히 런던 금융가에게는 함량 미달이었다. 그러나 [한시라도 빨리 유럽연합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보수당 의원] 제이컵 리스모그 같은 부류에게는 지나친 양보였다.

지난해 7월에 보리스 존슨은 메이의 전향에 항의해 내각에서 사퇴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다음과 같이 썼다. “존슨의 분석은 (분석이라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메이가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당선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존슨이 보기에 메이는 유럽연합에 너무 타협적이었다. 이란, 기후변화, 무역 같은 주요 국제 쟁점에서 메이는 미국보다 유럽연합에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존슨은 영국이 유럽연합을 대할 때 트럼프의 으름장 놓는 외교 스타일을 본받아야 한다고 본다. 존슨은 유럽과의 경제 단절을 메꿀 무역 협정을 트럼프와 서둘러 맺으려 할 것이다.”

존슨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메이가 타협안을 마련할 시간을 벌려고 유럽의회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그 때문에 타협은 더 어려워졌다. 타협을 반대하는 자들, 즉 [브렉시트를 원하는] 퍼라지와 브렉시트를 되돌리려는 자유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존슨이 총리가 돼서 유럽연합에게 메이의 협상안을 재논의하자고 제안하면 유럽연합은 이를 거절할 것이다. 유럽이 브렉시트를 또 미루지 않는다면 영국은 이번 핼러윈[10월 31일]에 유럽연합에서 떨어져 나올 것이다.

브렉시트 때문에 항로 교통이나 영국해협을 횡단하는 공급망, 금융시장이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정도 혼란은 분명 있을 것이다.

유럽 대륙의 자본이 질색하는 존슨이 총리인 영국과 유럽연합의 관계는 결코 화기애애할 수 없으며 더 악화할 것이다.

영국이 1960년대부터 추구한 주요 전략이 무너진 결과, 존슨은 미국과 더 친하게 지내면서 초(超)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받아들여 트럼프의 환심을 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존슨은 곤경에 처할 것이다. 유럽연합 측 협상단 대표이자 차기 유럽위원회 위원장이 될 미셸 베르니어는 유럽연합이 향후 영국과의 관계를 논의할 때도 탈퇴 협상에서 가장 논쟁적이었던 쟁점들을 모두 요구할 것이라 했다. 존슨이 트럼프에게 얼마나 아양을 떨든, 트럼프는 나중에 있을 무역 협상에서 영국의 약점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흥미롭게도 래크먼은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존슨의 프로젝트에는 위험 요소가 가득해서 머지않아 엎어질 것이다. 이는 총선을 앞둔 노동당 대표 코빈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존슨에게 내린 권력은 존슨이 움켜쥐자마자 녹아 없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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