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대학로 본원처럼 정규직화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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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분당서울대병원분회)이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경고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11월 1일 전면 파업에 이어 사측이 계속 직접고용을 회피하면 11월 둘째 주에도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장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일주일 가까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 경고 파업 집회에는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자 300여 명과 연대자 200여 명이 참가해 본관 앞 로비를 가득 메웠다.
파견용역 노동자 1300명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일한다. 국립대병원 중에 비정규직이 가장 많다. 이들은 청소, 시설관리, 간호 보조, 환자 이송, 외래 접수 등 병원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2003년 병원 개원 당시에 입사해 십수 년을 일한 노동자도 많다.
개원 이래로 분당서울대병원은 계속 확장됐고 높은 수익을 내 “본원을 먹여 살리는 분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인력 부족,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 왔다.
9월 3일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파견용역 노동자의 직접고용 합의 소식이 들려오자 분원(분당)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화될 거라는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그동안 사측이 본원을 핑계 삼아 직접고용을 미뤄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본원이 합의하자 ‘본원과 분원은 다르다’며 다시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있다.
이날 파업 집회에 참가한 환자 이송 대표 최승철 부분회장은 울분을 쏟아 냈다.
“9월 3일 일을 마치고 집에 갔는데, 어머니와 아내가 너무 반갑게 맞으며 저녁에 갈비를 주더군요. 그러더니 어머니가 ‘야 뉴스 보니까 정규직 됐다며?’ 하고 물으셨어요. 아내도 ‘본원이 됐으니까 분원도 되는 거지?’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본원이 아직 안 했으니까 기다려 보라’고 했다가 이제 와서는 ‘거기와 우리는 달라. 원장이 달라서 안 돼’ 하고 말합니다. 정말로 화가 납니다.”
사측은 여러 핑계와 조건을 달며 ‘자회사’를 종용하고 있다. ‘직접 고용하면, 정년이 넘어 촉탁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 ‘간호 보조 업무를 하는 병동 사원들은 새로 채용 절차를 거쳐 업무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등등.
노동자들은 사측 주장의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일은 힘들고 임금은 조금 주니까 젊은 사람이 안 왔습니다. 그래서 자기네들이 촉탁직을 만들어 놓고는 이제 와서 직접고용 하면 촉탁직 정년 유예를 1년만 준다고 합니다. 병원이 번창할 때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일한 우리를 1년 후에 거리로 내몰겠다는 겁니까? 그런데 자회사로 가면 유예기간을 3년을 준다고 합니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자회사로 가면 3년 일할 수 있고, 직접 고용하면 왜 1년만 일할 수 있습니까? 사측은 우리를 편 가르고 흔들려고 하는 겁니다. 직접고용 정년 3년 유예 쟁취합시다.”(미화 대표 황규석 부분회장)
“병원이 채용 절차를 계속 문제 삼고 있습니다. 우리는 병원 오픈할 때부터 간호부에서 서류 심사와 면접을 보고 입사했는데 무슨 채용 절차를 또 거쳐야 한다는 건가요? 우리가 능력이 없으면 왜 지금까지 근무하게 둔 건지 원청에게 묻고 싶습니다. 채용 비리 때문에 채용 절차가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업무량에 비해 임금이 너무 적어 그동안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일해 왔는데, 채용 비리가 우리랑 뭔 상관입니까?”(간호직종 대표 김부영 부분회장)
그동안 사측은 ‘환자 직접 업무’와 ‘간접 업무’를 나눠 일부만 직접고용을 할 수도 있다고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왔다. 그러나 본원과 경북대병원이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합의하면서 더는 이런 이간질이 먹히지 않게 되자, 이번엔 정년과 채용 절차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말처럼 이 또한 아무런 명분이 없다.
서울대병원 본원과 경북대병원에 이어서 나머지 국립대병원들도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