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집회: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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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죽이지 마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이주노동자들과 연대 단체 소속 회원들 150여 명이 동대문 일대를 행진하며 소리 높여 외쳤다. 주말을 맞아 동대문 일대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많은 사람들이 행진에 관심을 보였다.
12월 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다. 유엔은 1990년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채택하며 이 날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정했다.
이날을 기념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이 주최한 문화제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가 동대문에서 열렸다.
이 집회에는 네팔,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소속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고 여러 노동·사회·이주 단체들이 연대했다.
동대문은 네팔 등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거주하는 곳이다. 거리를 지나던 이주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집회를 지켜봤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많은 일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발생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일이 계속됐다.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단속 추방으로 지난해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사망했고, 올해 김해에서 또다시 태국 노동자 아누삭 씨가 단속을 피하다 사망했다.
목동 빗물펌프장 수몰사고, 영덕 오징어 가공 공장 부산물 탱크 질식사고 등 산재 사망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은 내국인의 6배가 넘는다. 3D에 이어 죽음(death)이 더해져 4D가 되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참가자들은 이런 현실을 규탄하며 이주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는 “지난 30년 동안 이주노동자는 많은 희생을 했고 많은 기여를 했다. 이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노동·노예노동, 착취와 폭력을 멈춰야 한다”며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봉혜영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과 이 땅에서 탄압받는 노동자들의 연대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에 맞서 연대하자고 호소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된 임금을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온수도 나오지 않는 곳에서 지내야 하거나, 터무니없는 기숙사비를 내고 사용자들의 욕설과 지독한 인종차별 등 열악한 현실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자살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집트에서 온 난민 무삽 씨는 난민들이 죽음을 피해 왔음에도 한국에서 끔찍한 조건 하에서 죽을 위험에 이르기까지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방글라데시와 네팔 전통 춤 공연을 함께 즐기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뒤 동대문 일대를 힘 있게 행진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