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창원공장 비정규직 대량 해고:
“10년 넘게 일했는데 나가라니 억울합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한국GM 사측이 12월 31일자로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585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물량이 줄어 “1교대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겠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한국GM, 정부 지원금 8100억 챙기고도: 창원공장 비정규직 대규모 해고 위기)
그간 주간과 야간 2교대로 운영하던 공장에서 교대 근무를 없애면 노동자들의 고용이 위협받는다. 그래서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도 1교대 전환을 반대했다.
비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의 조합원들은 즉각 항의에 나서 집회와 파업을 벌였다. 일부 비조합원들도 동참했다.
한 비정규직 조합원은 말했다. “저는 10년 넘게 일했습니다. 매년 계약 해지 협박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버티면서 일해 왔는데 딸랑 통보 하나로 나가라고 하니 막막하고 억울합니다. 하청업체와 원청은 서로 책임만 떠넘깁니다.”
사측은 12월 23일부터 주간조와 야간조를 한 주씩 휴업해 사실상 1교대 운영을 시작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휴업을 통보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정규직 노동자 일부를 배치하려고 했다. 인소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내쫓으려는 것이었다.
노조 조합원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 120여 명은 휴업을 거부하고 자기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출근했다. 한 노동자는 말했다. “우리는 불법파견 판결을 두 차례나 받아 사실상 정규직입니다. 왜 우리가 일자리를 내놓아야 합니까?”
사측은 관리자들을 동원해 사진 채증 등으로 노동자들을 압박했지만 밀어내진 못했다. 그리고 출근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운 자리를 당장 메우지 못해 생산에도 다소 차질이 있었다고 한다. 비정규직지회는 계속 자리를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12월 23일 창원공장 앞에서 금속노조 주최로 집회가 열렸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수십 명이 작업을 거부하고 참가했다. 현대모비스, 현대차 보안지회(경비 노동자들) 같은 신생 노조의 조합원들도 눈에 띄었다. 정의당, 민중당 경남도당 등 여러 정치 단체들도 참가했다. 사측이 시위대의 공장 진입을 막겠다며 문을 걸어 잠가서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은 문 안쪽에 대열을 지었다. 공장 안팎에 총 600여 명이 집결했다.
비정규직-정규직 단결 호소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와 결혼을 앞둔 한 예비 신부가 절절한 편지를 낭독했다. “제 예비 남편은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혼을 해야 할지, 파혼을 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괴로운 상황입니다. 이 땅의 청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실제 상황입니다.”
배성도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장은 단결 투쟁을 호소했다. “우리는 군산공장 폐쇄의 아픔을 똑똑히 봤고 가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창원공장에서는 단결해서 이깁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어깨 걸고 함께 싸웁시다.”
2015년 사측은 군산공장에서 비정규직 1100명을 해고하고 신차를 투입했지만, 결국 공장을 폐쇄했다. 그래서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 비정규직을 겨누는 칼날이 결국 자신들을 향할 것이라고 본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사측의 공격 속에서 노동조건이 후퇴했다. “회사는 늘 신차 배정을 무기로 압박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올랐고 임금과 복지가 후퇴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1교대로 전환해야 신차를 배정한다고 합니다.”(배성도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사측은 정규직이 살려면 비정규직을 내보내야 한다고 이간질하지만, 실제로는 둘 다 공격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단결해야 하는 이유다. 정규직 노조가 사측의 인소싱 시도를 용인하지 말고 적극 비정규직 연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위축 속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들도 노동자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런 공격에 맞선 투쟁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