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추악한 실체 ②:
세계화된 침략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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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미동맹의 추악한 역사를 살펴보는 연재의 두번째 편으로 냉전 해체 이후의 한미동맹을 다룬다.
문재인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이 중동 민중을 학살하는 일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역사에서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군 파병은 한미동맹의 침략적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냉전 해체 이후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흉악한 짓을 벌였다.
소련과의 대결에서 미국은 최후의 승자가 됐지만, 승리에도 출혈이 따랐다. 서방 진영에서 세계의 ‘안보’를 지키는 ‘큰 형님’ 노릇을 하느라 미국은 돈도 힘도 많이 써야 했다.
그 결과 냉전이 끝났을 시점에 미국 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 반대로 냉전기 동안 경쟁국들(특히 독일과 일본)은 ‘큰 형님’이 제공해 온 안보 우산 덕분에 경제력을 크게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다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다른 서방 국가들이 미국의 지도를 따를지 미국은 확신할 수 없었다.
미국 제국주의에는 새로운 패권 전략이 필요했다.
그 전략이란 세계 최강의 군사력에 의존해 경제의 상대적 위상 하락을 만회하고 경쟁국들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력은 예전만 못 하지만, 미국의 군사력은 다른 경쟁국들의 군사력을 다 합쳐도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라크, 이란, 북한 같은 “불량 국가”를 소련을 대체할 새로운 ‘공공의 적’의 반열에 올렸다.
1990년대 이래 벌어진 전쟁들(1990~1991년 걸프전,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공습,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략, 2003년 이라크 침략)은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벌인 전쟁이었다.
미국은 이런 전쟁에서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해 세계 지배자들한테 세계의 번영과 안전은 결국 미국의 힘에 달려 있음을 보여 주려 했다. 특히 중동은, 중국·러시아·유럽 등 경쟁국들이 석유를 의존하는 곳이다. 이곳을 확실히 장악하는 것이 경쟁국을 단속하는 데서 중요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다시피 미국의 구상은 실패로 끝났다. 이라크에서 미국은 수렁에 빠졌고 힘을 과시하기는커녕 미국이 힘에 부친다는 것만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와 중국은 이 과정에서 득을 봤다. 현재 미국은 위신 하락을 만회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위험천만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
북한 위협 부풀리기
특히,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인 데다 세계 강대국들이 포진돼 있는 곳이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패권을 확고히 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했고 지금도 그렇다.
1990년대 초중반에 미국은 경제가 급성장한 일본이 자국의 충실한 동맹으로 남을지를 불안해 했다.(이후 일본의 경제 침체가 지속되며 ‘일본의 위협’은 누그러졌다.) 뿐만 아니라 두 자리 수 성장률로 빠르게 몸집을 키운 중국이 잠재적 경쟁국으로 떠올랐다.(결국 중국이 경제적·지정학적 측면 모두에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 지역에서 패권 유지를 위한 개입 명분이 바로 북한 ‘위협’론(“악마화”)이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북한을 견제하려면 미국 중심의 협력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30년간 미국은 왜곡과 과장으로 북한의 ‘위협’을 부풀리고 의도적으로 위기를 부추겨 왔다. 미사일, 핵개발을 두고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북한이 반발하면 이를 빌미로 더한층 제재를 강화하고, 모종의 약속을 해 놓고도 이행을 지연시키다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북한 위협 부풀리기는 미국이 일본과 한국 같은 기존의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서 도움이 됐다.
가령 1998년 미국은 금창리의 “빈터널”에서 핵무기 개발이 이뤄진다고 의혹을 제기해 한반도 긴장을 끌어 올린 뒤, 결국 일본을 전역미사일방어체계(TMD)에 끌어들였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계기로 사드 배치 합의 등 한국의 MD 참여에 급진전을 이뤘다.
오늘날 미국의 북한 때리기가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과 당장 맞짱을 뜰 게 아닌 이상, 북한 때리기는 미국에 여전히 유용하다.(중국도 지정학적 완충지대로서 북한이 유용하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끊임없이 긴장을 키우는 주된 책임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게 있다. 미국 지배자들이 일시적으로 유화 제스쳐를 취하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않은 이유다. 또한 트럼프에 기대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구상도 완전한 몽상인 이유다.
‘전략적 유연성’
역대 한국 정부들은 한미군사훈련, 대북제재 동참, 미국 무기 대량 구입 등 미국의 굳건한 파트너 구실을 했다. 문재인 정부도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평화”라며 이런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이 한국 자본주의를 안정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이 변하고, 한국도 경제가 성장하고 위상이 달라짐에 따라 한미동맹의 구실과 활동 범위도 함께 변했다.
새 전략 개념인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을 북한 견제에서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바꿔 놓았다. 더 나아가 ‘테러와의 전쟁’ 등 세계적 차원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동군 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 맥락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평택 미군기지 확장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이 추진됐다. 대중국 전초기지로서 말이다. 말끝마다 “자주”를 외치던 노무현 정부는 실천에서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에 적극 협조했다.
미국이 지난 20여 년 동안 끈질기게 작업한 결과, 한국은 야금야금 미국의 MD(미사일방어시스템)에도 참여 수준을 높여 왔다. 그러면서 동아시아 MD 구축에 필수적인 한·미·일 간의 군사 협력도 강화됐다.
그러나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전략은 중국의 반발과 군사적 대응을 부르며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긴장과 갈등을 갈수록 첨예하게 만들어 왔다.
미국은 세계적 차원에서 동맹들이 더 커다란 구실을 하길 바랐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의 범위도 세계 무대로 넓어졌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 이래 최초로 1991년 걸프전에 파병했다. 그 후 유엔 평화유지군(PKO) 등의 활동이 크게 늘었다.
2001~2007년과 2010~2014년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2003~2008년 이라크 파병으로 한국은 중동 민중을 학살하고 삶의 터전을 파괴한 미국 제국주의 전쟁에 협력했다. 지금도 레바논, 아랍에미리트, 아덴만에 한국 군대가 파병돼 있다.
한국 지배자들은 오랫동안 미국 패권에 편승해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이득을 취해 왔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 때문에 한국 지배자들도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을 부차화한 적도 없고 그럴 의사도 없다.(이 모순이 지금의 안보 위기의 핵심 내용이다.) 자유한국당이든 민주당이든 한미동맹 의존은 다르지 않았다. 다음 연재 기사에서는 민주당 정부와 한미동맹에 대해 다룰 것이다.
〈추천 책〉
김하영, 김영익 외, 《제국주의론으로 본 동아시아와 한반도》(책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