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기자회견: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한다”
〈노동자 연대〉 구독
3월 17일 오후 1시 청와대 앞에서 “방위비분담금 7차 협상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미국 LA에서 열리는 한미 방위비분담금(미군 지원금) 7차 협상과 같은 날에 잡힌 기자회견이었다.
이번 협상은 두 달 만에 재개된 것이다. 비교적 오랫동안 협상이 중단된 것은 방위비분담금 인상 수준을 두고 한·미 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기존의 5배가 넘는 금액(50억 달러, 한화로는 6조 원)으로 분담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해 왔다. 최근에는 요구 수준을 40억 달러 수준으로 조금 낮췄지만 이 역시 대폭 인상이다. 여기에는 주한미군 유지 비용뿐 아니라 미군 순환 배치, 연합 훈련 비용, 한반도 바깥에서 드는 미군 작전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대폭 증액 요구를 수용하기를 부담스러워한다. 미국은 인상안을 관철하려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를 볼모로 삼았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4월 1일부터 이들을 무급휴직시키겠다고 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인상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새로운 합의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6차 협상 직후 언론들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20~30퍼센트 인상안’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참여연대 등 59개 단체가 협상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을 규탄했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방위비분담금 인상안을 내놓으려 하는 문재인 정부에게도 경고를 보낸다는 의미가 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유영재 연구위원은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로 삼아 … 주한미군 주둔비용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 비용까지 요구”한다고 미국을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에 미국의 요구를 반영하거나 미국산 무기 구매, 파병 같은 방식으로 패권 유지 비용을 분담해 타협안을 찾으려 하는 것도 비판했다.
소성리 사드 반대 종합상황실의 강현욱 대변인은 방위비분담금이 사드 기지 설계·공사에 쓰였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했다. “사드 비용은 미국이 댄다는 알량한 약속마저 저버렸다. … 아예 트럼프는 사드 기지 건설 비용을 2021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마련한다는 예산안을 올렸다. … 한국을 미국의 방패막이로 삼는 비용을 한국민에게 걷겠다는 파렴치한 발상이다.”
강현욱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도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이 투명했다고 외신들에게 칭찬받았지만,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무서우리만치 무책임과 폐쇄성으로 일관했다. … 문재인 정부는 사드 정식 배치가 결정된 바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 왔지만, 그런 결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내용이 예산에 포함됐다. 국민들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개돼지 취급하는 것이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단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 … 주한미군이 물러나는 날까지 민주노총은 당당하게 싸울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도 “평화와 통일, 번영에 도움 안 되는 미군 필요 없다. 나가야 한다”며 방위비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미국 제국주의와 거기에 협력하려 하는 문재인 정부에 맞선 행동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