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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국대사관 앞 기자회견 :
“미국은 한국노동자 볼모로 방위비 인상 압박 말라”

민중공동행동이 3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국노동자 볼모로 방위비 강요하는 미국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국인 노동자 볼모로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을 규탄하고 방위비 인상협정 중단을 요구했다 ⓒ조승진

3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한국인 노동자를 볼모로 삼아 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지원금) 인상을 압박하는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얼마 전 주한미군사령부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 4000여 명에게 4월 1일 부로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주한미군에게는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방위비분담금이 1조 원 넘게 있다. 무급휴직 통보는 순전히 한국 정부에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40여 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인 노동자 수천 명의 생계를 위협하면서까지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는 미국 정부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도 같은 장소에서 별도로 무급휴직 조처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했다.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상임대표는 미국이 무급휴직을 강행해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불사한다면” 한국에서 미국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크게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엄미경 통일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ILO(국제노동기구)에 참가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위해 노동자를 볼모로 협박하는가”라며 어떤 경우에도 노동기본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전면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0월 주한 미국 대사관저 월담 시위를 벌이다 구속됐다가 얼마 전 석방된 김유진 씨(민중당 비례 후보)도 발언했다. 김유진 씨는 미국의 무급휴직 통보와 방위비 인상 요구가 “날강도적 행위”라고 비판하고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무리한 대폭 인상 요구와 미국의 패권 유지비를 [방위비 항목에] 신설하려는 행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연대 최영준 운영위원은 “그간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들이 SOFA(주한미군 지위협정) 노무조항 적용으로 노동3권도 인정받지 못하고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는데도 “뻔뻔스럽게 미국은 협상 때마다 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이어 방위비 인상도 해 줄 태세이고,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미국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고자 한국인 노동자를 볼모로까지 삼는 이 마당에 한국 정부가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의 틀에 얽매인 굴욕협상을 지속한다면 그 결과는 뻔할 것”(기자회견문)이라며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과 폐지를 요구했다.

또 “주한미군에 기지 사용료 등으로 지불하는 간접 비용을 징수하고, 한국법에 따라 한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 등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하라”, “방위비분담금 폐지하라”, “단 한 푼도 줄 수 없으니 미군은 나가라” 하고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하라”, “방위비분담금 폐지하라”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민중공동행동이 3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국노동자 볼모로 방위비 강요하는 미국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승진
“단 한 푼도 줄 수 없으니 미군은 나가라”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