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대학"은 어디에?:
성공회대 총장은 청소 노동자 해고 사태 외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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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부당 해고 철회와 용역업체 소장 퇴출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65세 이후 3년간 촉탁 연장은 단협에 보장돼 있지만, 하청업체 푸른환경코리아는 청소 노동자 이창도 씨의 촉탁 연장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푸른환경코리아는 이창도 씨의 건강상 문제, 경영상의 이유, 근무 태만 등 여러 핑계를 대며 해고했다. 이창도 씨의 동료 노동자들은 이 핑계들이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매일 중식집회와 총장실 항의방문 집회를 하며 해고에 항의하고 있다. 여러 학내 학생 단체들도 연대하고 있다.
성공회대 당국은 간접고용을 핑계로 원청으로서 책임을 회피해왔다. 노동자들이 총장에게 만나달라고 온갖 요청을 했지만 답이 없었다.
그러던 오늘(3월 30일) 노동자들은 6주만에 겨우 총장을 만났다. 총장이 다른 회의로 학교에 왔다가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하지만 총장은 자신은 해고 사태와 관계가 없다며 노동자들의 간절한 요구를 냉혹하게 외면했다.
“부당 해고라면 지노위가서 원직 복직 판결받고 손해배상 받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기다려서 판결 받으면 됩니다. 지금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시위를 하는 것은] 업무방해고, 직원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김기석 총장)
이미 해고 사태가 한 달이 되고 있고, 지노위 판결은 2~3달 이상 걸릴지도 모르는데 태평하게 기다리라고만 하는 것이다. 그 기간동안 노동자의 생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이에 분노한 청소 노동자들이 총장의 말에 반박했다.
“하청업체의 소장이 우리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고 갑질을 합니다. 그리고 해고한 지 한 달째입니다. 총장님이 답을 주십시오”, “소장의 갑질 때문에 힘든 노동자들의 처지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하지만 이런 울부짖음에도 김기석 총장은 “[당신들이] 소장을 고발하면 될 거 아닙니까?”라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총장은 자신이 취임한 후 벌써 쟁의가 세 번째라며 노동자들이 분란의 원인인 양 말했다.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이유가 있으니 매번 일어났던 겁니다. 그러니 말 좀 들어주세요”라고 외쳤다. 연대한 학생은 “3년 내내 문제를 일으키는 업체를 거르지 못한 것은 원청의 책임입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푸른환경코리아는 “사회적 기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또 다른 용역 사업장인 지하철 9호선 해고 노동자의 복직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푸른환경코리아가 지하철 9호선 코로나19 방역에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약품으로 소독한 것이 드러났다.
성공회대 청소 노동자들이 이를 지적하며 푸른환경코리아를 비판하자, 총장은 오히려 “맹물은 아니고 유통기간이 지난 것”이라며 업체의 변명을 반복했다. 중요한 것은 소독 효과도 불분명한 약품을 비용 절감을 위해 사용한 무책임함과 비양심인데 말이다.
심지어 그 사태로 푸른환경코리아의 사회적 기업 인증 취소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공회대에서도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있었다.
‘성공회대 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 모임 가시’에 따르면 성공회대 푸른환경코리아 소장은 지난 2월 코로나19 감염 의심으로 자가격리 조치됐던 교직원이 머물렀던 공간을 소독하게 하면서 청소 노동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청소 노동자들은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못한 채 방역 작업을 했다.
총장은 이런 모든 일은 하청업체의 일이라며 자신은 상관없다고 한다. 심지어 “노조도 불법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것에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며 위협했다.
그러나 대학 당국이야말로 노동자들의 진정한 사용자다. 청소 노동자들은 학교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며 수년 동안 학교에서 근무한다. 간접고용은 책임 회피 수단일 뿐이다.
최근 연세대에서도 청소 노동자들이 하청업체 ‘코비 컴퍼니’의 퇴출을 요구하며 학교 측과 맞서 싸우고, 올해 1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간접고용 청소 노동자들도 ‘진짜 사장’ 학교가 임금 인상을 책임지라고 투쟁했다.
대학들이 저임금 강요, 책임 회피를 위해 간접고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원청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 항의행동에 연대한 학생들은 “6주만에 처음 만나는데, 노조의 법적 책임만 말하고 학교의 책임이 없다고 하십니까?”라며 총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총장은 끝내 사과를 거부하고 119 구급차를 불러 자리를 빠져 나갔다.
한 성공회대 학생은 총장이 구급차에 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을 ‘인권과 평화의 대학’ 성공회대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분노했다.
성공회대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