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퍼센트 인상률도 부족하다는 트럼프:
문재인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인상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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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 협상이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반대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0일 〈로이터 통신〉이 이 소식을 보도했다. 최근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방위비분담금 ‘최소 13퍼센트 인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3퍼센트 인상된다고 하면, 2020년 방위비분담금은 1조 1740억 원이나 된다. 1조 원이 훌쩍 넘는데도 트럼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간 트럼프 정부는 기존의 5배가 넘는 금액(50억 달러, 한화로는 6조 원)으로 방위비를 인상하라고 요구해 왔다. 자국의 이익과 필요 때문에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면서 뻔뻔하게도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피해를 보는 양 하며 한국에 “비용 분담”을 요구해 왔다.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 바깥에서 미국이 벌이는 군사 활동까지 금전적으로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국내 친정부 언론들은 이 정도 인상안이면 문재인 정부는 할 만큼 했고, 오로지 트럼프만 문제인 것처럼 뉘앙스를 풍긴다. 애초 트럼프의 요구가 터무니없이 높다 보니 이런 식의 프레임 설정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3퍼센트 인상률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인상률이 한자리 수를 벗어난 적은 이제껏 없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8차 협상에서 인상률은 2.5퍼센트(185억 원 인상, 그해 물가상승률 2.8퍼센트)였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9차 협상에서도 5.8퍼센트(505억 원 인상, 그해 물가상승률 1.3퍼센트) 수준이었다.
이미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벌인 10차 협상 당시 인상률인 8.2퍼센트(787억 원 인상, 그해 물가상승률 0.4퍼센트)가 유례없이 높은 인상률이었던 것이다. 그러더니 문재인 정부는 1년 만에 그보다도 더 높은 인상안을 미국에 제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친제국주의적 실체를 보여 준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에 협조해 왔다. 정부는 지난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초에는 호르무즈해협 파병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27일 국방장관 정경두는 “[미국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언해, 호르무즈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한국이 비용 부담을 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미국이 남중국해 등지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고자 벌이는 전략이다. 미국의 전략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지에서 군사적 갈등을 고조시켜 왔다.
주한미군을 지원하고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지원하는 것은 이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과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한국 지배계급에게만 득이 될 뿐이다. 반면 한반도에 사는 대중은 갈수록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태로 내몰려 왔다.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노동자·서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에 1조 원 넘게 지원한다고? 총선 이후에 문재인 정부는 더 노골적으로 미국의 요구에 응하려 할 수 있다. 13퍼센트보다도 더 높은 인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인상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미군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평범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에 돈을 써야 한다.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들, 보름째 강제 무급휴직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무급휴직이 결국 강행돼, 현재 보름 가까이 노동자들이 무급휴직 상태에 처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가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성과’를 보여 주고자 할 것이어서 이 사태가 장기화될지 모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막무가내식 방위비 인상 요구가 이런 사태를 낳았다. 주한미군은 그간 ‘군사상 필요’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도 보장하지 않고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더니, 이제 한국 정부에 방위비 대폭 인상을 압박하려 노동자들을 인질로 삼고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 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가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이 시작된 4월 1일, “오늘은 상상할 수 없는 가슴 아픈 날”이라고 말한 것은 뻔뻔한 위선이다.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결정한 일이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조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또한 강제휴직을 시킬 것이라면 사용자로서 노동자들에게 휴직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무급휴직 조처가 강행되고, 한국 정부가 이 노동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문재인 정부도 여기에 응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사용자에 맞서 스스로 싸워서 휴직수당을 쟁취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재 해당 노동자들의 조직 수준이나 투쟁의 전통에 비춰 당장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더러 당장 생계 위기에 처한 이 노동자들 구제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이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지난 4월 1일 국방부는 무급휴직 사태에 유감을 표명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예산으로 근로자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고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긴급생활자금 대출지원 등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 특별법 제정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당장 월급이 끊긴 노동자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은 못 된다. 노동자들에게 빚 내라고 하는 것을 ‘지원’책이라 이름 붙이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 4월 1일에 ‘타결 임박’설을 언론에 흘리며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정부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는데, 이렇듯 선거 득표만을 노리고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제스처만 취하다 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이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은 미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일 텐데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노동자들의 편에 설 수 있을까?
이런 점들은 한국 정부의 지원 약속을 현실화시키려 해도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조직과 투쟁이 중요함을 보여 준다.
미국이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로 삼는 일은 앞으로도 재현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럴 때 한미동맹을 중시해 온 한국 정부가 이 노동자들을 구하기 위해 강력하고 일관되게 노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일 수 있다.
결국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동자의 일자리와 조건을 방어하는 데서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공격에 맞서서 스스로 조직하고 싸울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