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경기침체 고통 전가하는 화물 사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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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안전운임제가 시행돼 화물 노동자들의 운임이 오르자, 많은 운송업체들이 추가 수수료를 매겨서 임금을 깎고 있다.
부산-포항 간 물류를 운송하는 한 운송업체는 울산에서 중간 야적장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운송 노동자들에게 15퍼센트씩 수수료를 떼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9퍼센트였던 수수료를 대폭 올린 것이다.
이 업체는 야적장 토지 임대료, 장비 사용료, 장비 기사 임금 등을 명목으로 수수료를 올렸다. 이는 추가 수수료를 뗄 수 없는 안전운임제의 규정을 피해 가려는 꼼수일 뿐이다.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사측은 배차에서 제외하는 등 보복했고, 결국 일부 노동자들은 못 견디고 퇴사했다. 남은 노동자들은 항의도 못한 채 죽은 듯이 일만 하고 있다. 잘리면 갈 데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심지어 많은 화물연대 조합원들도 본인이 몸 담고 있는 업체가 없어질까 봐 수수료를 5~6퍼센트 정도는 떼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일부 노조 활동가들이 “회사가 문 닫으면 갈 곳이 없다”면서 이를 묵인하면 안 된다.
운송업체들은 내년에 국토부와 안전운임제를 협상하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알선료를 뗀 것이라고 말할 텐데 걱정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수송 물량이 있는 부산도 문제가 심각하다. 부산 운송사 120곳은 안전운임제에 반대해 국토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업체들은 소송을 핑계 삼아 소송이 끝날 때까지 수수료를 떼려고 한다.
지금 운송사들은 발악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화물연대가 총파업으로 운송사들의 기를 확실히 밟아 놔야 한다.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물량이 엄청 감소했다. 나는 23년 동안 컨테이너 수송 일을 했지만 이런 적이 없었다. 특히 4월부터는 IMF 시절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안전운임제 위반에 대한 민원을 화물연대로 신고하라고 했지만, 다들 잘리면 갈 데가 없으니까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승리한 광양은 물류가 줄었어도 노동자들의 운송 거부가 길어지자 결국 사측이 양보했다. 나와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도 사측을 압박해서 안전운임제를 관철했다.
화물연대는 ‘코로나19에도 투쟁하냐’는 여론의 눈총을 감수하더라도 투쟁과 집회를 해야 한다. 울산에서도 파업이 승리했다. 이제 부산에서도 철저하게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