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기도 재난지원금, 여전히 이주민 차별:
이주·인권·노동단체들이 모든 이주민 지급을 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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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으로 내놓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 세부기준을 4월 16일에 발표했다. 그런데 외국인의 경우 지급대상을 “결혼이주민 등 내국인과 연관성이 큰 외국인과 영주권자”로 한정했다.
이 계획대로면 상당수의 이주노동자와 동포, 미등록 이주민, 난민 등이 배제된다. 그 수는 약 1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이주공동행동)은 4월 17일 성명을 발표해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만 지급하는 것은 미흡하다며 “모든 이주민에게 예외 없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이주민들이 세금을 낼 뿐만 아니라 노동을 통해 한국 사회와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주민을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필요할 때는 데려다 쓰면서 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원은 전혀 하지 않겠다는 이율배반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주공동행동은 서울시청 앞에서 모든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여 왔다. 1인 시위는 4월 26일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상에서 모든 외국인을 배제했던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에게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4월 15일에 밝혔다. 그간 여러 이주·인권·노동단체들이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으로 경기도의 차별적 정책에 항의해 왔다.
경기도 내 외국인 주민은 약 60만 명인데 영주권(F-5비자)이나 결혼이민비자(F-6비자) 소지자는 약 10만 명 정도다. 세부적인 기준에 따라 범위가 좀 더 넓어질 수 있겠지만 이재명 지사의 새 기준에 따르더라도 상당수 이주민은 배제된다.
이주노조, 경기이주공대위 등이 포함된 ‘이주민을 차별하지 않는 재난기본소득을 위한 공동행동’은 이재명 지사의 발언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도에 사는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해 모든 이주민에게 차별 없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정부는 모든 이주민들에게 차별 없이 실질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 세부기준 발표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만 지급하는 것은 미흡하다
모든 이주민에게 예외 없이 재난지원금 지급하라!
정부가 16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 세부기준을 발표했다. “외국인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결혼이주민 등 내국인과 연관성이 큰 외국인과 영주권자는 지원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가 포함된 것은 다행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부족하다. 이 기준대로라면 상당수의 이주노동자와 동포, 미등록 이주민, 난민 등은 배제된다. 세부적인 방침에 따라 다소 넓어질 수 있겠지만, 170만 명에 가까운 이주민이 배제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재난피해는 이주민이라고 빗겨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주민은 사업장 이동조차 금지한 고용허가제 등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 때문에 경제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다.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주당 평균 54.4시간 일하고 월평균 20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최근 이주민을 상담하는 단체들을 통해 무급휴직이나 해고를 당했다는 소식도 늘고 있다.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이주노동자가 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져 고용노동부는 구직활동기간을 일괄 연장해주기도 했다. 즉, 이주민들도 다른 누구 못지않게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
또한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와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농축산업과 제조업의 ‘뿌리산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다.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과 사용하는 물건 중 적지 않은 수가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치고 있다.
국세청이 2019년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약 56만명이 2017년에 근로소득세 7707억 원을 냈다. 종합소득세는 3645억 원을 냈다. 합쳐서 1조 원이 넘는다. IOM이민정책연구원은 2016년에 이주노동자가 생산 효과 54조 6000억 원, 소비지출 효과 19조 5000억 원 등 총 74조 1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요컨대 이주민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필요할 때는 데려다 쓰면서 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원은 전혀 하지 않겠다는 이율배반적 태도다. 이러면서 ‘포용 국가’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이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방역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당시 참가한 한 난민(인도적체류자)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 내 자식들이 굶고 있다면, 제가 일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공원이나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거고, 아마 마스크 없이 그럴 겁니다. 쌀도 없는 판국에 어떻게 마스크를 사겠습니까?”
한편, 모든 외국인을 ‘재난기본소득’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총선을 하루 앞둔 15일 트위터를 통해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에게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인권·노동단체들이 서울시와 경기도가 이주민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하고 경기도청 앞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을 시작한 성과다. 그러나 여전히 약 60만 명의 경기도 내 이주민 중 50만 명은 여전히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1개월 이상 해외에 장기체류 중인 내국인을 제외하면서 “사실상 생활기반이 외국이고 건강보험료가 면제”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런 기준대로라면 사실상 생활기반이 한국이고 각종 세금도 내고 있는 이주민들은 포함돼야 할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각 지자체들은 모든 이주민에게 예외 없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우리는 오는 4월 26일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비롯해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에 맞서 계속 투쟁해나갈 것이다.
2020년 4월 17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