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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하고 ‘정상으로 돌아가자’는 각국 정부에 맞서는 노동자들:
“경제 살리려고 목숨 내놓지 않을 겁니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등교 강행: 학생 안전보다 입시를 우선하는 문재인 정부”를 읽으시오.

코로나19 상황이 한국보다 훨씬 심각한 서방 정부들도 개학과 봉쇄 조처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안전보다 기업의 수익성 회복을 더 중시하는 지배자들의 냉혹한 우선순위에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확진자 수가 세계 1위인데도(2~7위 나라들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 4월 말부터 주별로 이동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가증스럽게도 “미국인들은 삶을 되찾고 싶어한다”며 이를 부추겼고, 이동 제한령에 반대하는 극우 시위대를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두둔했다.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오클라호마·알래스카주(州) 등 공화당 주정부가 운영하는 주들뿐 아니라 콜로라도·미네소타·몬타나주 등 민주당이 주정부를 운영하는 곳들도 이동 제한을 완화했다. 미국에서도 상황이 가장 심각해 확진자가 36만 명(5월 19일자)이 넘은 뉴욕주도 5월 16일부터 조업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확진자·사망자 수치는 치솟았다. 5월 19일 현재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9만 명을 넘어, 2~4위인 영국·프랑스·이탈리아를 합친 것과 비슷한 정도다.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를 감안하면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확진자는 세계 9위) 프랑스는 5월 11일에 개학을 단행했는데, 1주일도 채 안 돼 교사·학생 70여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개학하기 무섭게 다시 폐쇄되는 학교가 속출했다. 등교를 재개한 9일(5월 11~19일) 동안 프랑스에서는 약 3900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방역 없이는 등교도 없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개학을 단행했지만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맞서고 있다 ⓒ출처 Phototheque Rouge

확진자 수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독일도 4월 말 일부 개학한 데 이어 5월 초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괜찮다”며 이동 제한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팬데믹의 첫 단계가 지나갔다”며 의기양양해하고, 5월 16일에는 베를린·뮌헨·슈투트가르트 등 주요 도시에서 극우 시위대가 나치 깃발을 휘두르며 이동 제한령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독일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비교적 적게 집계됐던 까닭에 유럽 지배자들은 독일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사례인 듯 묘사한다. 하지만 독일 질병관리본부 격인 국영 연구기관 로베르트코흐연구소는 여전히 전반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이동 제한을 완화한 직후인 5월 10일부터 독일에서 감염률이 다시 치솟았다.

3만 5000명 넘게 목숨을 잃어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영국도 6월 1일 개학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존슨 정부는 다른 몇몇 유럽 나라들에서 등교를 재개했을 때 확진자가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다며 개학 결정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학생과 학교 노동자들을 심각한 위험으로 내모는 처사다.

투쟁

그러나 각국 정부의 ‘정상화’ 시도에 맞서 곳곳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교사들과 학교 노동자들이 파업과 항의 행동을 벌이며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개학 조처에 맞서고 있다. 프랑스 초등교원노동조합(SNUipp-FSU)은 개학일인 5월 11일에 “사회적 경고”를 선포하고 파업 돌입을 경고했는데, 몇몇 지부는 그에 앞서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의 주요 노동조합 연맹인 ‘노동자의힘’(FO) 산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연맹(FNEC)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작업장 복귀를 거부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여러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하고 지방정부는 개학을 강행하지 말라고 캠페인을 벌였다.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 병원 청소 노동자들과 간호사들은 파리의 대형 병원을 방문한 마크롱 앞에서 임금 인상과 공공의료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당신[마크롱]을 더는 믿지 않는다!”

개학을 앞둔 영국 교사들 사이에서도 분노의 정서가 적잖다. 존슨 정부가 개학 계획을 발표한 지 한 주만에 교사 노동자 7500명이 전국교육노조(NEU)에 가입했다. NEU 조합원 알렉스 케니는 이렇게 말했다. “개학하면 저 같은 [노동계급]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죽을 가능성이 네 배나 높아집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일터에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3월 1일부터 약 두 달 사이에 비공인 파업이 200건 넘게 벌어졌다. 농장 노동자들, 패스트푸드 노동자들 등이 안전 조처 마련, 임금 인상, 유급병가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상당수 투쟁을 이주노동자들이 주도했는데, 워싱턴주에서는 파업이 2주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아마존 창고 노동자 50여 명은 파업을 벌여 사측의 부당 해고를 철회시키기도 했다. 노동자 한 명이 자녀의 안전이 걱정돼 휴직을 신청했는데, 사측의 안전 지침을 따른 것이었는데도 사측은 이 노동자에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동료 노동자들이 즉시 투쟁에 나섰고, 기세에 눌린 사측은 해고 결정을 철회했다.

미국에서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뿐 아니라 폭증하는 실업(4월에만 실업자가 2600만 명 넘게 늘었다)과 감소하는 노동자 소득 문제도 심각한데, 흑인·라틴계 등 가난한 유색인종 사람들이 전염병과 경제 모두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뉴욕에 사는 흑인 마이클 블레이크는 “정상으로 돌아가자”는 지배자들을 이렇게 규탄했다. “경제 살리려고 목숨을 내놓지 않을 겁니다. 제 선조들[노예]도 그렇게 죽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파업, 항의 행동,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는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싸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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