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왜 이렇게 인종차별적일까? 고쳐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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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인종차별 반대 투쟁이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를 읽으시오.
미국에서 시작된 흑인 사망 규탄 운동으로 경찰의 잔혹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플로이드를 살해한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지난 10년 새 최소 30명을 살해했다. 대부분이 흑인이었다(미니애폴리스 인구 중 흑인은 20퍼센트도 안 된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플로이드 이전에도 ‘목 누르기’를 최소 237번 했고 44명이 죽음 직전까지 갔다. 그중 약 60퍼센트가 흑인이었다.
플로이드가 살해당하기 이틀 전인 5월 23일에 뉴저지주 교통경찰이 고속도로에서 ‘과속’한 28세 흑인 청년 운전자를 차에서 끌어내 여섯 발을 쏴 죽인 사실이 최근 폭로되기도 했다.
경찰 폭력 규탄 운동이 전국을 휩쓰는 와중에도 경찰의 잔혹상은 끊이지 않았다. 6월 2일 캘리포니아주 발레이오에서는 경찰이 경찰 폭력 규탄 시위에 참가한 22세 비무장 청년을 사살했다. 피해자 션 몬테로사는 살해될 당시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었다. 뉴욕주 버팔로시에서는 경찰이 75세 노인을 공격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규탄 운동 기간에 미국 전체에서 1만 2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AP〉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시 경찰이 지난 2주 동안 체포한 인원은 2019년 한 해 동안 체포한 수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런 만큼 미국 시위대가 제기하는 “경찰 재정 감축”, “경찰 해체”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경찰을 개혁할 수 있을지를 두고 논쟁도 있다. 지나치게 많은 경찰 재정을 일부 덜어 복지로 돌리자는 의견에서부터, 경찰 재정을 모두 박탈하고 기존 경찰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소수는 경찰이 인종차별을 그만두고 “본연의 일”에 충실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국민의 봉사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찰은 특수한 구실을 한다.
경찰은 “국민의 봉사자”로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국 경찰청)하는 기구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치안’은 부자들의 재산과 인종차별적 체제를 수호하는 것이다. 경찰은 자본주의 체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협할 수 있는 것(파업·시위)이면 무엇이든 탄압한다.
경찰은 인종차별적·성차별적이고 반(反)노동계급적이다. 경찰이 수호하는 체제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 체제에는 지배자(자본가계급)와 피지배자(노동계급) 사이에 상시적 긴장이 있다. 지배자들은 이 긴장이 지배 체제를 위협하지 않도록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천대받는 사람들을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낙인찍는다(희생양 삼기). 인종차별은 그러기에 아주 적절한 수단이다.
경찰은 이런 체제를 수호하며, 지배자들의 관점에 따라 행동하도록 훈련받는다. 경찰은 가난한 보통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이자 사회 낙오자로 취급한다(흑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미국 경찰의 악명 높은 ‘인종 프로파일링’은 그 표현이다). 경찰은 가난한 유색인종에게 잔혹하게 행동해도 판사, 신문사 소유주, 정치인, 기업가들이 응원해 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미국 경찰이 특히 잔혹한 것은 미국 자본주의가 특히 인종차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국가는 경찰에게 그런 잔혹성을 발휘할 무기를 쏟아 부어 왔다.
미국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의 일환으로 군용 장비를 경찰에 넘기는 ‘1033 프로그램’을 1989년부터 시행했다. 민주당 빌 클린턴 정부가 1997년에 이를 영구적 조처로 만들었다.
2000년대 미국이 중동 전쟁을 시작하면서 군대의 무기가 경찰로 쏟아져 들어갔다. 약 80억 달러(한화로 약 10조 원) 상당의 군용 대구경 총화기, 장갑차가 경찰로 넘어갔다.
경찰은 이 무기를 1년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군에 반납해야 했다. 중화기 사용이 폭증했다.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시행된 연구들에 따르면, 경찰에 군용 중화기 지급량과 경찰의 민간인 살해 건수는 뚜렷한 비례 관계를 나타냈다.
오바마 정부 들어 경찰에 대한 군용 무기 지급이 폭증했다(경찰 폭력도 폭증했다). 오바마가 이라크에서 부분 철군하며 남는 무기를 경찰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 무기는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 경찰의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살해를 규탄하는 시위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시위대를 산탄총, 장갑차, 대구경 소총으로 위협했다.
이런 대응이 광범한 반발을 사자 오바마 정부는 그제서야 경찰의 유탄발사기, 총검, 미사일을 탑재한 드론 사용을 불허했다(하지만 대구경 총화기와 장갑차 사용은 계속 허용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임기 첫 해에 이런 제한마저 없애 버렸다.
사정이 이러하니, 경찰의 재정을 삭감해 무력을 제약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지해야 마땅하다. 특히 경찰 재정 일체를 박탈하고 경찰을 해체하고자 하는 심정에 완전히 공감한다.
동시에 경찰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찰은 노동계급에 맞서 체제를 수호하는 최전방 부대다. 지배자들이 경찰을 물리적·정치적으로 무장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인종차별적이지 않거나 노동계급 친화적인 경찰은 존재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경찰에 의존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철폐해야 한다.
※ 이 글은 영국의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2564호에 실린 ‘Why we won’t get an anti-racist police force’를 일부 참고해 썼다. 기사를 번역해 준 양효영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