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비정규직:
김용균 사망 후속대책은커녕 임금삭감 강요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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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용균 씨가 2018년 12월 11일 태안석탄화력발전소에서 근무 중 사망한 지 619일(8월 19일 현재)이 되었지만 그의 동료들은 여전히 별반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다.
2인 1조가 도입됐지만 충원된 노동자는 계약직 신세다. 발전소 현장에 흩날리는 1급 발암물질에 대한 대책도 고작 특급마스크 1장이 전부다.
문재인 정부는 김용균 씨 사고 후속 대책으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정규직 전환, 고용 안정, 노무비 착복 근절 및 처우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것이 단 하나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배신한 다른 개혁 약속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휴지통에 처박혀 있다.
최근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후속 대책 이행과 죽음의 외주화 금지를 촉구”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를 성토했다.
“현 정부와 국회에 묻고 싶습니다. 합의안에 나와 있는 정규직 전환은 왜 아직도 안 되고 있는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무비를 삭감 없이 지급하라고 했는데 [하청업체가 여전히] 월급은 절반만 주는데 왜 보고만 있는지,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하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발전소에서는 사고 소식이 계속 들려 오는지, [태안발전소 내에 김용균 추모 조형물을] 유족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설치하기로 했는데 왜 제대로 안 되는지, 정부나 국회는 그 어떤 해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김용균 씨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커녕 재판조차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3일에서야 발전사 원·하청 대표자들을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조차도 유족 등이 끈질기게 촉구하고 투쟁한 결과다.
정부와 여당은 김용균 씨 사고처럼 산재 사고를 낸 기업과 기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도 굼뜨다. 김용균 씨 사망 이래로 중대 재해가 반복되는 현실인데도 말이다.
기후 위기 대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전히 민간하청업체 소속인 것에서 보듯, 김용균 씨 사망의 원인인 발전 민영화·외주화와 같은 경쟁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와 발전사들이 직접고용만큼은 한사코 거부한 이유기도 하다.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이유로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해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30기를 폐쇄할 계획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위선적인 책임 회피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정책은 정작 화력 발전 용량은 되레 늘릴 뿐 아니라 재벌 소유의 민자 석탄화력발전소는 새로 지어질 계획이다. 정부와 발전사들이 실제 화력발전소를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이를 핑계만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발전사 원·하청들은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불안을 부추기며 노동자들에게 더 나쁜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교대제 개편 과정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이유로 1인당 1000만 원이 넘게 임금을 삭감하려 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는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해야 하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발전 노동자들의 고용과 처우를 마땅히 보장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도, 발전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도 모두 그 책임은 자본주의로 이익을 누린 기업주들과 이를 뒷받침해 온 정부에 있다.(발전사들의 최종 원청인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8200억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고 있고, 투쟁을 재개하려 한다.
정부가 약속한 고 김용균 씨 산재 사망 대책 이행이든 산재를 막기 위해서든 노동자들의 집단적 투쟁이 확대되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