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청학본부 전 간부들 보안법 유죄 확정 판결:
문재인 정부의 검찰은 보안법 기소 계속하고, 법원은 유죄 판결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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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이하 청학본부)의 전(前) 간부들에 대한 국가보안법(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줄줄이 유죄 확정 판결을 했다.(당시 검찰은 ‘청학연대’라는 이름으로 기소했었다.)
8월 17일 대법원은 청학본부 전 집행위원장 김모 씨에게 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징역 1년 4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판결했다. 대법원은 올해 6월 29일에도 같은 단체 활동가 4명에게 보안법 위반 유죄 확정을 판결한 바 있다. 청학본부 등 여러 단체들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을 규탄했다.
2011년 이명박 정부는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고서 얼마 뒤, 김 전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같은 단체 활동가들을 압수수색하고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이 활동가들이 통일캠프 등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한 것이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적행위이며, 토론회 자료집은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했었다. 청학연대에 대해서 이적단체 구성 혐의도 적용했었다.
김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통일캠프 참석 등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적활동”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반전평화대회에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북측위원회와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이적행위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결이 모두 정당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군사적 불안정 속으로 내모는 미국의 최전방 군사력 구실을 하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한반도 불안정의 주된 요인인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한미동맹 해체와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다. 게다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토론했을 뿐이다. 친북적 주장을 펴는 것에 대해서도 토론과 주장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는 국가보안법
올해 1월에는 전교조 전(前) 간부 4명이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아 교단을 떠났는데 , 검찰과 법원은 북한의 어린이 만화책을 소지한 것이 위법이라고 했다. 해당 책들은 국립중앙도서관에도 소장돼 있고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서 누구나 열람 가능한 자료였다.
5월에는 진보당 안소희 파주시의원이 보안법 위반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진보당 행사에서 ‘혁명동지가’를 부른 것이 위법이라는 것이다.
2018년에는 대북사업가 2명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고, 이 과정에서 경찰의 증거 조작도 드러났다. 이와 같은 일들은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되기는커녕 여전히 살아 있고, 표현과 정치적 자유를 옥죄는 악법임을 보여 준다.
청학본부 등은 “촛불정권을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 하에서 최종 유죄판결이 내려진 것”에 크게 분노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은 전임 우파 정부 시절 시작된 기소를 유지했다. 이는 검찰이 뼛속까지 체제 수호적 조직이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바뀌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부르짖지만 노동계급의 정치적 자유를 옥죄는 검찰의 억압적 기능에는 하나도 손대지 않았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를 줄곧 외면해 왔다. 2018년 1월 법무부는 UN 인권이사회가 권고한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현 통일부장관) 이인영은 “국가보안법 폐지는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대놓고 “국가보안법 유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투옥된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에 대한 석방 요구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민주당은 변죽만 울리다가 보안법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다. “역사의 박물관”에 간 것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보안법 폐지 약속이었다.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얻고도 국가보안법 폐지의 기역도 꺼내지 않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신장에 진지한 세력이 결코 아니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이 틈만 나면 “민주주의”를 강조했지만 사법부는 정작 민주주의 핵심 요소인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보안법을 활용한 탄압에 대해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자본주의 국가가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억누르는 데에서 한통속임을 보여 준다.
국가보안법은 대체입법이나 어정쩡한 개정이 아니라 완전히 폐지돼야 할 반민주 악법이다. 노동자 운동은 정치적 자유 투쟁을 자신들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여겨야 한다.
국가보안법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본지 268호 ‘국가보안법 제정 70년: 국가보안법 철폐 — 왜, 어떻게’를 참조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