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불렀다고 보안법 위반?:
대법원의 민중당 당원 3인 유죄 판결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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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중당 당원 3인(홍성규 사무총장, 안소희 파주시의원, 김양현 자주평화통일위원장)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3인 모두 징역형(집행유예)이 내려졌고, 이 판결로 안소희 의원은 의원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앞서 검찰은 2012년 당시 통합진보당 출마자 모임에서 민중가요인 ‘혁명동지가’를 함께 부르고 이적표현물(북한 원전)을 소지한 것을 문제 삼아 민중당 당원들을 기소했다. 그리고 이른바 ‘2013년 RO 회합’에 참석했다는 점도 기소 이유가 됐다.
대법원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인정했다. ‘혁명동지가’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이므로 이적성이 인정되며, 그런 노래를 제창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주장(노래 가사)을 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매우 부당하다. 구체적인 폭력 행위 없이 정치적 견해 표현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도 명시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
국가보안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적용될 때가 거의 대부분이다. 예컨대,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고 심지어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권장하는 책을 특정 인물이 갖고 있으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기소되는 식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인권 변호사 출신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지만, 정부는 이른바 ‘RO 사건’으로 구속된 이석기 전 의원을 사면하라는 각계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국가정보원은 프락치를 이용해 민중당 사찰을 지속하기도 했다.
4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원내대표 이인영은 국가보안법 철폐는 “나중의 일”이라고 못 박았다. 지금의 “경제 비상시국”에서는 경제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면서 말이다.
이런 점들을 보면, 향후 경제·안보 위기 악화 속에 문재인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을 강화할 수도 있다.
대법원의 민중당 당원 3인 유죄 판결을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