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시흥캠 항의 점거 폭력 해산한 서울대 당국의 “인권침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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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당국은 적반하장식 손해배상 청구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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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건설에 반대해 학교 본관을 점거했을 당시 학교 당국이 자행한 강제해산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권고안이 나왔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한창이던 2016년, 서울대 학생들은 학교 본관을 점거했다. 서울대 당국이 시흥캠퍼스를 추진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시흥캠퍼스는 서울대 당국이 서울대의 학벌을 팔아 부동산 투기자본과 연계해 돈벌이를 하겠다는 사업이었다. 게다가 일방적으로 추진됐다. 시흥캠퍼스 사업의 내용과 과정 모두 문제적이었다.
그런데 2017년 3월 11일 새벽, 학교 당국은 교직원 400여 명을 동원해 점거 농성장을 침탈했다. 그 과정에서 학교 당국은 학생들을 해산시키려 소화전을 이용해 물대포를 직사 살수하기까지 했다. 학생 2명이 혼절해 응급차에 실려갔고, 수십 명이 다쳤다. 고 백남기 농민을 죽인 박근혜 정부가 파면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얼마 뒤 5월 1일에도 학교 당국은 굴하지 않고 다시 농성에 돌입한 학생들의 사지를 들어 끌어내는 등 폭력을 저질렀다.
학생들은 2017년 6월 27일 이런 학교의 행위를 규탄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2020년 10월 15일 인권위는 2017년 3월 11일자 강제해산 행위와 2017년 5월 1일자 강제해산 행위가 진정인[학생]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학교 본부 주요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이 판단은 3년 4개월 만에 나왔다. 인권위의 권고안 내용은 반길만하지만 너무 늦은 것은 아쉽다. 그 사이, 당시 학생들을 탄압해 문제가 됐던 보직 교수들은 잠시 뒤로 물러나는 듯했지만 곧 승승장구했다. 가령, 2017년 3월 11일자 점거 해산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학생처장 이준호 교수는 강제해산 뒤 책임지는 모양새로 사임했지만 바로 이듬해 자연과학대학장이 됐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 공청회의 ‘좌장’을 맡았다.
그동안 학교 당국은 인권위의 조사조차 응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제기한 징계 무효 소송에서 자신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징계 무효 재판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이어 인권위도 학교 당국의 폭력적 해산 행위도 문제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점들은 당시 학생들의 투쟁이 정당했음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학생들은 폭력 해산 사건의 총책임자와 물대포 살수를 지시한 교직원을 징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점거로 무기정학 등 중징계를 당했는데, 폭력을 휘두른 학교의 주요 보직자들은 어떠한 징계도 받은 바 없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은 학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수년간 학교 측의 징계 등으로 고통받은 것을 고려하면 매우 정당한 일이다. 그런데 오세정 총장은 지난 4월 ‘학생들의 불법 점거로 인해 학교가 입은 막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 반소를 제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적반하장이다. 학생들은 “피해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그런 잔인한 행위를 해선 안 된다”며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 당국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