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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소·시설관리 비정규직:
고용 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맞서다

“우리 없이는 뉴스도, 추석 콘서트도, 드라마도 제대로 못 합니다.” KBS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11월 11일 오전 여의도 KBS신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고용안정 및 차별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조승진

KBS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고용 안정과 병가 도입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이 노동자들은 KBS를 청소하고, 전기·통신 등 설비를 관리하는 노동자들로, 청사 관리 업무를 맡은 자회사 KBS비즈니스에 소속된 기간제 비정규직이다.

KBS비즈니스가 설립된 뒤 30년 동안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 왔다.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1년짜리 계약을 강요해 왔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여러 해를 근무하고도 매해 고용 불안을 겪어야만 했다.

불안정한 고용 때문에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도 참고 살아야 했다. 근속수당도 없었고 2018년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사측은 기존 식대 10만 원을 임금 인상분으로 산입해 사실상 식대를 삭감했다. 지난해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한 뒤에야 식대 8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병가를 쓸 수 없는 것도 노동자들에게 큰 불만이다. 대부분 고령에 오랜 시간 육체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지만 KBS비즈니스 사측은 병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아프거나 수술을 받으면 휴가나 연차를 끌어다 써야만 했다. 완쾌가 안 되면 사측 관리자는 퇴사를 종용하곤 했다. 한 청소 노동자는 목발을 짚고 출근해야만 했다.

KBS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11월 11일 오전 여의도 KBS신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고용안정 및 차별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조승진

이런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노동자들은 KBS비즈니스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당하다. 노동자들은 KBS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말하듯이 “우리도 KBS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다. 청소 노동자가 없으면 KBS 뉴스도, 추석 콘서트도, 드라마도 제대로 못 할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기도 하다. 모회사 KBS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됐지만, 그 자회사인 KBS비즈니스는 누락됐다. 정규직 전환 2단계 대상기관인 ‘공공기관 자회사’ 또는 ‘자치단체 출연기관’에 해당하지 않은 것이다. 사측도 이런 가이드라인의 허점을 이용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염원을 무시해 왔다.

노동자들이 1년짜리 계약을 규탄하며 삭발까지 감행하자, 사측은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겠다고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KBS비즈니스지회 황의천 지회장은 사측의 제안을 이렇게 비판했다. “1년 단위나 3년 단위나 마찬가집니다. 불안이 2년 늦춰지는 것뿐이죠. 고용 불안이 해소되는 건 전혀 아닙니다.”

게다가 모회사 KBS 양승동 사장은 앞으로 3년 동안 직원 1000명을 감축하는 경영혁신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노동자들이 앞으로 3년 뒤 “비정규직의 목에 칼날로 돌아올 것”이라며 우려하는 이유다.

또한 노동자들이 투쟁하자 사측은 병가 4주를 제공하겠다고 물러섰지만,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차별 없이 8주로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KBS비즈니스는 정년을 정규직과 똑같이 맞춰주게 되면 정규직하고 복지도 똑같이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자회사이기 때문에 재원이 없어서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한다.

모회사인 KBS는 아직까지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자회사와 모회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노동자 처우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8퍼센트가 찬성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지지를 보낸다.

KBS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11월 11일 오전 여의도 KBS신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고용안정 및 차별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