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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저임금 그대로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내걸고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올해 말로 종료된다. 3년이 지난 지금, ‘비정규직 제로’는 완전히 사기로 드러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실제 규모는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017년 6월 정부가 집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약 42만 명이었다. 계약직, 자회사, 파견용역, 민간위탁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들 상당수를 제외한 것이다. 그조차 2019년 말 기준으로 겨우 17만 4000명만 무기계약직 또는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됐다.

정부 집계로 따져봐도 최소 25만 명이 이런 저런 이유로 배제됐다. 기간제 교사들, 고 김용균의 동료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정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던 민간위탁 노동자도 거의 대부분 제외됐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채용 관행도 여전하다. 정부의 노동정책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자신이 2017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해 1000명이 넘는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해 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2017년 1112명, 2018년 1685명, 2019년 1388명, 2020년 2165명). 노동부가 기간제로 채용한 노동자들 중 95퍼센트 이상이 통계조사관이었는데,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려고 3개월마다 끊어서 ‘쪼개기 계약’을 했다.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363곳의 2020년 6월 현재 비정규직이 3만 514명으로, 2017년에 3만 5033명에서 겨우 4500여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결국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민간부문 비정규직 축소의 마중물이 되기는커녕, 공공부문에서도 비정규직 규모를 거의 줄이지 못했다.

7월 27일부터 세종시 기재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변함 없는 저임금과 비정규직 차별

정부는 무기계약직·자회사 전환이 정규직 전환이라고 우기지만, 이 노동자들의 현실은 비정규직 처지에서 별반 나아진 게 없음을 보여 준다.

첫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과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평균 임금은 월 271만 원으로 2019년 2인 가구 생계비(324만 원, 최저임금위원회)에도 크게 못 미친다.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 정규직 대비 80퍼센트 임금 달성을 공약했지만 무기계약직 평균임금은 정규직(공무원, 일반직)의 61퍼센트, 기간제는 47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조차도 십수 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이룬 성과다.

정부는 2018년부터 무기계약직·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에게 직무급제(표준임금체계)를 도입해 왔는데, 이는 임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초임 수준이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인데다, 승진이 없고 근속·호봉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아 임금 인상이 극도로 억제된다.

각종 수당 차별도 그대로다.

정부는 2017년 복리후생적 금품에 대해서는 정규직과 차별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법원도 직무와 무관한 임금을 정규직과 달리 지급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정액급식비, 명절휴가비, 복지포인트, 직급보조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등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각종 수당들의 지급 총액 차이를 월 평균으로 환산·비교하면 10년 차 공무원의 경우 100만 원의 수당을 받는데 비해, 무기계약직은 고작 23만 원을 받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차별에서 오는 모멸감에 치를 떤다.

“꼴랑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은 명절과 식사시간에도 차별로 인해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조차 느낄 수 없습니다.”(이영남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부위원장)

최근 민주일반연맹 소속 중앙행정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공무직] 노동자들은 가족수당, 명절상여금, 복지포인트 같은 수당을 공무원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해 달라며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둘째, 자회사 전환은 “덩치 큰 용역회사”에 불과했다.

자회사 전환 노동자들은 약 4만 1000명으로, 현재까지 전환된 노동자 4명 중 1명 꼴이다. 이들도 용역 시절의 열악한 처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공공노련이 발주한 자회사 운영 관련 연구용역 결과(공공노련 소속 자회사 8개 기관 노동자 785명을 대상)를 보면, 응답자의 23.5퍼센트가 자회사 전환 이후 임금이 인상되지 않았으며 62.5퍼센트가 자회사의 처우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응답했다. 실질적 사용자인 모회사와 정부의 통제로 처우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별을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는데 자회사는 모회사 핑계를, 모회사는 정부 핑계를 대며 이를 회피해 왔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비용 증가 부담을 이유로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억누르고 있다.

예컨대, 철도공사는 2018년 노·사·전문가협의체 회의에서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를 공사 정규직 대비 80퍼센트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50퍼센트에 불과하며, 각종 차별도 여전하다.

“철도공사 자회사 소속 노동자 90퍼센트 이상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코레일 소유 낙산연수원 이용 금액도 정규직보다 자회사 노동자가 더 많이 내야 하며, 자회사 노동자들은 휴일과 성수기엔 이용하지도 못합니다. 인력도 부족하고, 모회사의 계약해지에 따라 노동자들의 고용도 불안할 수 있습니다. 원청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바뀌어야 합니다.”(정명재 코레일네트웍스 조사부장)

철도공사는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열차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약속도 2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7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에 직접고용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자회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공공부문 용역·하청, 민간위탁 소속 노동자들의 처우도 여전히 열악하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600일이 지났다. 그러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 노동자이고, 노무비 착복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와 민주당의 약속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무려 600일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재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경제 위기를 핑계로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려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율은 역대 최저인 1.5퍼센트(시급 230원)로 제한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개악한 산입범위 확대로 말미암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상당수는 실질임금이 아예 삭감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기업주들의 이윤 보호를 위해 수십조 원을 퍼붓고는 재정 여력이 없다며 내년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1.5퍼센트 이하로 억눌렀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공공부문 정규직·비정규직 임금의 가이드라인 구실을 하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더욱 어렵게 된다.

공무직위원회 출범 당시에 노동계는 공무직위원회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권리 보장을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단칼에 이를 묵살해 버렸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제외된 민간위탁을 포함해 자회사,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와 조건을 함께 논의하자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되레 정부는 공무직위원회에서 “직무 능력 중심 임금 체계 확산”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출범 이후 공무직위원회 진행 경과를 보더라도 정부는 노동자들의 바람을 냉소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와 예산 반영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에 처우 개선과 차별 해소 예산을 편성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와 농성을 벌였다.

코로나19·경제 위기와 기업 퍼주기로 악화된 정부 재정을 봤을 때, 내년도 공공부문 인건비 예산 증액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처우 개선과 차별 해소를 위해 투쟁을 확대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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