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 있었는데 … 현대차 비정규직 또 끼임 사망:
이윤 때문에 기계 안 멈춘 사측이 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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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월 3일 일요일,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 프레스(금속 등에 압력을 가하는 기계) 부서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반신이 기계에 협착돼 숨졌다. 이 노동자는 생산 설비를 관리·수리하는 하청업체 마스터시스템에서 근무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현대차 사측은 회사 중역이 방문할 것이라면서 이 노동자에게 청소 작업을 급하게 지시했다고 한다. 방문을 1시간 앞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입됐고, 2인 1조는 고사하고 단 3명이 꽤 넓은 지역을 청소해야 했다고 한다. 원청 사측과 하청업체는 ‘안전 작업 허가서’ 등에 6명 투입을 명시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무시했다. 적은 인원이 급하게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설비 가동을 중단해야 했지만, 사측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측은 연휴 이후 차질 없이 생산하려고 휴일인데도 일부 설비를 가동했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프레스 기계에서 나온 철판 찌꺼기들(스크랩)을 압착시키는 베일러 머신 주변을 청소하는 매우 위험한 일을 해야 했다. 결국 이 노동자는 베일러 머신이 작동되는 상황에서 혼자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협착을 방지하는 각종 안전 장비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혼자 일했기 때문에 누군가 가동을 중단시킬 수도 없었다. 사측은 노동자 목숨보다 생산을 더 우선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하청업체는 중대재해를 은폐하려고 했다. 사측은 산재를 당한 동료를 발견한 노동자에게 사측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경위서에 서명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이번 중대재해는 위험의 외주화가 초래한 비극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마스터시스템 노동자들은 위험한 업무를 강요당했다. 이번처럼 가동되는 설비 안에 들어가 일한 게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불과 수년 전 1차 하청업체가 업무를 담당할 때는 설비를 정지시킨 상태에서 작업을 했지만, 2차 하청업체인 마스터시스템으로 업무가 이관되면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6년에도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번에 사고가 난 곳 근처에서 비슷하게 협착돼 사망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후에도 안전을 위한 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마스터시스템 소속으로 1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회사에게 숱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안전관리자도 도급비가 들어간다, 지금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줄 수 없다’고만 답했습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국내외 판매량이 15.4퍼센트나 줄었다. 위기감이 커진 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투자를 매우 소홀히 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산재 사망은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해서 벌어진 끔찍한 비극이다. 1월 4일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이 신년사에서 말한 “품질과 안전”에 노동자의 생명은 없었던 것이다.
비일비재
사측은 “작업자가 지침을 어기고 작업 범위를 벗어나 작업을 임의로 하다 발생한 사고”라며 재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원청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 과실로 몰아가는 일은 너무나도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기업주의 책임 범위를 대폭 줄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부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정부안은 사측의 무책임한 행태를 정당화해 줄 뿐이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요구하듯,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돼야 한다.
1월 5일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을 규탄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 활동가들은 외주화 중단, 2인 1조 실시와 안전 인력 확보,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행하라고도 촉구했다.
노동자들의 투쟁도 중요하다. 코로나19로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 위기 속에서 현대차 사측은 비용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기업주의 편익을 봐주고 있다. 이 속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계속 위협당할 것이다.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사측의 이윤 몰이에 맞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