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용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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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팬데믹 상황에서 전에는 전문가들만 사용하던 용어들이 대중적으로 두루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일상용어와 전문용어가 뒤섞이고 개념과 실천이 불일치하는 등 혼란도 발생했다. 이는 정부 조처의 적절성 등을 판단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낳는다. 이런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몇 가지 용어들의 개념과 실제 적용을 살펴봤다.
감염병·전염병
전염은 ‘병이 옮는 것’을 뜻한다. 미생물이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기 전부터 사용하던 개념이다. 미생물과 질병의 관계를 알게 된 뒤로는 미생물에 ‘감염된다’는 개념이 자리잡았다. 감염은 미생물과 숙주의 관계를 뜻하므로 사람들 사이의 접촉으로 확산될 수도 있고, 동물과 사람, 식물과 사람의 접촉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어떤 미생물은 숙주들 사이에 가까운 접촉이 없어도 전파되곤 한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감염병”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다만 사람 간 전파를 뜻할 때에는 여전히 “전염”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한국은 2010년에 각종 법률에서 “전염병”이라는 표현을 “감염병”으로 개정했다.
팬데믹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뜻한다. 일부 지역에 국한될 경우 감염병 유행(epidemic)이라고 부르고 특정 지역에 반복적으로 유행할 경우 풍토병(endemic)이라고 한다.
환자·확진자
“감염병환자”는 “병원체가 인체에 침입하여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으로 의사의 진단이나 실험실 검사로 병원체 감염을 확인한 경우를 뜻한다. 의사는 병력과 증상, 징후 등을 고려해 잠정적인 진단을 내린다. 검사 결과 병원체를 확인한 경우 확진 판정을 내린다.
개념상 실험실 검사는 환자 판별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검사를 하기 어렵거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의사의 진단에 따라 환자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감염의심자와 접촉자를 전수 검사하고 있고, 증상이 없는 사람도 무료 검사를 실시하므로 환자와 확진자가 거의 일치한다. 반면, 검사 역량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환자 수가 확진자 수를 크게 앞지를 수 있다. 한편, 중국의 경우 병원체 감염이 확인돼도 증상이 없으면(무증상 감염) 환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격리·예방격리
“격리”(isolation)란 감염병환자를 일정 공간 안에 머무르도록 하는 조처다. 감염의심자와 접촉자를 격리하는 것을 “예방격리”(quarantine)라고 한다. 격리 대상과 공간, 강제성의 정도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자가격리
영어에서 자가격리(self-isolation, self-quarantine)는 ‘스스로’ 격리한다는 뜻인데, 기존 거주지 외에 대안이 거의 없으므로 격리 공간은 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자가격리를 권하는 경우 대부분은 약하더라도 일정한 강제성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환자(확진자)여도 증상이 경미하면 자가격리를 권고했는데, 강제성이 매우 낮고 생활 지원이 없어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다.
한국어에서 자가(自家)는 ‘거주지’를 뜻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뜻하기도 한다. 한국 정부는 팬데믹 초기에 ‘증상이 있을 경우 집에 머무르며 2~3일간 관찰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는데 이 경우에는 두 가지 뜻 모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환자(확진자)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해 왔다. 강제성은 강한 편인데, 확진자가 늘어 수용 병상이 부족해지자 사실상 집에 머무르도록 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감염의심자와 접촉자는 집에 머무르도록 했는데, 마찬가지로 강제성이 있다.
록다운
흔히 “봉쇄”로 번역되는 영어 표현 “록다운”(lockdown)은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제하는 것인데, 외출을 제한한다는 공통점을 빼면 나라마다 그 의미가 꽤 상이하다. 범위와 강제성 등에 차이가 있고 외출 제한과 함께 이뤄지는 제한 조처들도 다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각국 정부의 조처들을 날짜별로 추적·보고하는데, 크게 여덟 가지로 분류한다.
① 휴교, ② 휴업(혹은 재택근무), ③ (공적) 행사 취소, ④ (사적) 집합 제한, ⑤ 대중교통 운행 제한, ⑥ 외출 제한, ⑦ 국내 이동 제한, ⑧ 국경 통제. 각각의 조처는 강제성 유무와 지역적 범위에 따라 세분해 분류하고 있다.
요양병원
요양병원은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재활치료 등을 위한 병원이다. 한국 정부는 1994년 요양병원 제도를 도입했는데 장기 입원이 필요한 노인들을 별도로 수용함으로써 일반 병원(급성기 병원)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처였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나 노인들을 위한 조처는 아니었다.
요양병원의 인력 기준은 일반 병원의 절반이 채 안 된다. 일반 병원 인력 기준도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반복되는 이유다.
거동이 불편해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지만 간병비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래서 노인 환자를 둔 가족들은 병원 기능이 없는 요양원이나 간병비를 따로 부담해야 하는 요양병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지만 70만 3468개(2019년) 병상 중 30만 2840개가 이런 요양병원이다.